[데스크 시각―박병권] 자전거 사고 막으려면 기사의 사진

서울과 경기 북서부 지역의 경계쯤 되는 한강시민공원 방화지구 끝자락에는 꽤 넓은 습지가 잘 보존돼 있다. 한강변 자전거 도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이곳엔 요즘 도심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생식물이 무척 많다. 서울 변두리에 자리잡고 있다 보니 인적도 드물어 사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시간이 나면 자전거를 타고 20여분쯤 달려 이곳을 찾는 게 습관이 됐다.



환경보호와 녹색성장을 강조하는 분위기 덕분에 우리 사회도 이제 자전거 타기가 확산일로에 있다. 외환위기 당시 적은 비용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데다 출퇴근 수단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가 인기를 끌기 시작해 이제는 문화의 한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공명선거운동, 다문화 가정 보살피기,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 홍보 등 자전거가 사회운동의 수단으로 사용된 지는 오래됐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각종 축제의 한 장르로서 이제는 자전거 타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전거길을 닦으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지방자치단체도 경쟁적으로 자전거길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사회 트렌드 조사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자전거를 보유한 국민은 무려 800만명에 이르며 지난해의 경우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성인의 70%에 육박한다는 통계수치가 나왔다.

문제는 자전거 타기가 성행하다 보니 이런저런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강공원처럼 자전거 도로가 잘 닦인 곳에서도 초저녁 산책 나온 시민들과 접촉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좁은 자전거길을 산책 나온 시민들과 함께 이용하다 보니 자칫 방심하다가는 사고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분리돼 있는 공원에서조차 자전거 도로를 걸어가는 시민이 많아 충돌 사고가 적지 않다.

물론 단순 접촉 사고일 경우 호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골목길이나 도로 등에서 자전거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경찰 등의 따르면 지난해 자전거 사고로 숨진 사람이 무려 300명이라는 놀라운 통계도 있다.

특히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엄연한 '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본인의 부주의로 사고를 낼 경우 매우 불리하다. 마찬가지로 자동차에 의해 자전거를 탄 사람이 피해를 입을 경우에도 같은 '차'이기 때문에 과실의 유무나 비율을 따져야 한다. 자전거가 더 강력한 교통수단인 자동차에 비해 다소 유리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차는 도로로 다니는 것이 원칙이고 인도를 달리는 것이 예외이기 때문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보통의 인도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낼 경우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 예산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많이 만들고 관련 법령을 정비해 국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예산으로도 모든 도로를 자전거 동호인들의 마음에 들도록 포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전거 문화 정착을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상대를 위한 세심한 배려와 스스로 조심하는 마음이 아닐까. 자동차와 자전거, 보행자가 서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때 자전거 문화는 더욱 꽃필 것이다.

박병권 체육부장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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