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길―이화익] 미술관 옆 레스토랑 기사의 사진

얼마 전 문화부에서 옛 기무사 터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건립한다며 미술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건축 부지를 둘러보고 의견을 수렴한 일이 있었다. 본관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보니 경복궁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순간 파리 퐁피두센터의 7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이 생각났다. 미술관과는 별도로 도미니크 자콥과 브렌칸 맥파레인이라는 두 건축가가 설계한 레스토랑이다.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파리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최고의 요리, 세련된 인테리어와 가구들, 그리고 수퍼모델과 같은 훤칠한 외모의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의 친절한 서비스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내가 귀빈이나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유명 미술관의 고급 레스토랑들은 시민들과 여행객들의 발길을 미술관으로 향하게 만든다. 심지어 전시 관람을 하지 않고 식사만 할 수 있도록 문을 외부에 두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공예박물관이다. 그곳 레스토랑은 야외 잔디밭과 공원에서 들어갈 수 있다. 관광객들은 유럽의 낯선 도시에서도 일단 유명 미술관의 레스토랑에 가면 실패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음식들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10년 전, 독일의 하노버 근처에 있는 볼스버그미술관에서 백남준 전시가 열렸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백남준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 미술관 관장은 나를 미술관 카페로 데려가 음식을 대접해 주었는데 음식 자체가 예술이었다. 음식이 매우 맛있다고 하자 그는 이태리에 가서 직접 최고의 셰프를 스카우트해 왔다며 자랑이 대단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은 미술관 카페테리아 가운데 가장 붐비는 '세트 모마'를 거느리고 있다. 이 밖에도 런던의 테이트 모던, 도쿄의 국립 신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은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관람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미술관 레스토랑에서는 '요리도 예술이다'라고 생각될 정도로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식탁은 물론 일부 유명 셰프들은 종종 현재 전시되고 있는 작품의 테마에 맞춰 요리를 창작해 내기도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2007년에 도쿄의 미드 타운에 문을 연 국립 신미술관은 요즘의 미술관과 레스토랑의 역학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하1층과 지상3층의 미술관 각층에 카페와 레스토랑을 만들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쉬고 싶은 마음과 식욕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가볍게 음료수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들을 각 층에 마련하고, 3층에 문을 연 '브라세리 폴 보큐즈'는 권위있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은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맛집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대부분이 그렇듯 예약을 받지 않고 오는 손님들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평일에도 보통 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의 카페와 레스토랑은 어떤가. 전자입찰제로 국·공립미술관 입찰에 능숙한 사람들이 운영권을 따내 영업 수익을 올려야 하는 현 제도 하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을 유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 우리나라의 미술관 레스토랑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아가는 곳으로 바뀌길 기대해 본다.

이화익 이화익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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