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 사진이야? 상상력의 경계는 없다 기사의 사진

장르 넘나드는 두 전시회 '요술·이미지' '또 하나의 일상…'

그림인가 사진인가?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없이 본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그림같은 사진, 사진같은 그림을 내건 전시가 두 곳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10월1일까지 열리는 ‘요술·이미지’와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미술관에서 27일까지 계속되는 ‘또 하나의 일상-극사실 회화의 어제와 오늘’은 장르를 넘나드는 현대미술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2003년 국내 1호 사진전문미술관으로 개관한 한미사진미술관의 '요술·이미지'는 회화인지 사진인지 헷갈리는 사진, 입체로 구현한 사진, 영화와 연극같은 사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사진 등 다양한 기법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사진의 현주소를 살펴보게 한다. 갤러리 아트파크에서 기획한 이번 전시는 그동안 정통 사진들을 소개해온 미술관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이다.

전시에는 작가 14명의 작품이 선보인다. 배준성의 사진은 유럽풍의 저택 소파 위에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등을 보인 채 앉아 있다. 옆으로 살짝 비켜서서 보면 알몸이 드러나는 렌티큘러로 만든 작품이다. 강영민은 배우 김민정의 얼굴 사진을 40개의 PVC 파이프로 감싸고 그 파이프들이 다시 모여 얼굴을 구성하는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의 '일루전'(환상)에 대해 말한다.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강박관념을 드러내는 김준, 좌우대칭의 구도로 만화경을 나타내는 이중근, 종이 산수화를 사진으로 촬영한 임택, 회화·사진·입체의 작업 방식을 혼합한 조병왕의 작품도 이채롭다. 권정준 이명호 장승효 장유정 전소정 정연두 유현미 홍성철 등의 작품이 모두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마술같은 재미를 선사한다(02-418-1315).

성남문화재단과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공동 기획한 '또 하나의 일상'은 실제 사물과 똑같이 그리는 극사실주의 작가 48명의 작품 70여점이 선보인다. 고영훈은 70년대 중반 이후 극사실 회화에 눈을 돌려 드럼통 배낭 콜라병같은 사물들을 치밀하게 묘사한 그림들을 그렸고, 김강용의 벽돌그림 역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창영 이석주 이호철 정규석 주태석 지석철 한만영 변종곤 등 70∼80년대 극사실 작업을 했던 작가들의 초창기 작업과 현재의 작업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강훈 김세중 윤병락 윤병운 설경철 황순일 최경문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독일 귄터 바이어, 파라과이 에르난 미란다, 미국 빌 브라운, 일본 이바 야스코 등 해외 작가 그림도 소개된다.

관람객들은 "진짜 그림 맞아? 사진 아냐?"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변화없이 실제와 똑같이 그린 극사실 작품은 금세 지루해지고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최근 미술시장에서 일부 극사실 그림이 인기를 끌자 이쪽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작가의 독창성이 뛰어난 작품을 발견하기란 '숨은 그림 찾기'라는 지적도 나온다(031-783-80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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