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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김대중 기사의 사진

그는 이 시대의 시시포스다. 바위를 산 정상에 밀어 올려 놓으면 굴러 내리고, 굴러 내린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기를 기약 없이 반복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시시포스다. 극복할 수 없는 부조리를 극복하겠다고 무한 도전함으로써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부조리가 돼버린 시시포스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가장 영광된 자리에 올랐다. 그래도 그는 그 뜻을 다 이루지 못한 시시포스다. 그의 꿈이, 그의 이상이 이뤄지기에는 너무 크고 높았기 때문이다.

숙명을 거부한 시시포스

그의 시시포스 고행은 정치와 함께 시작됐다. 1961년 어렵사리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5·16쿠데타로 배지도 달아보지 못했다. 원점에서 새 출발하여 온갖 역경을 딛고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의 반열에 올랐으나, 1972년 유신과 1980년 신군부 등장으로 긴 세월 대권 도전의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1987년 군사 정권이 민주세력에 항복할 때까지 15년 인동초의 세월에 그는 권위주의라는 부조리에 민주화투쟁으로 시시포스의 숙명을 자임했다. 그의 민주화 투쟁이 권력의지, 대통령병의 발현이라는 폄하가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닐 터이다.

그렇더라도 독재정권의 납치 살해기도와 사형선고 등 사선을 넘나들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의 투쟁과, 목숨을 건 단식 등으로 공동전선을 형성한 김영삼의 저항이 없었다면 민주화는 더 늦게 찾아왔을 것이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쟁취 등으로 두 사람은 정상의 지도자에 오르는 듯했으나 후보 단일화 실패와 대선 패배로 오히려 "반민주 역적"으로 굴러 떨어져야 했다.

바닥에서부터 다시 바위 밀어올리기를 시작한 그는 남북으로 갈라진 데서 비롯된 이념대립, 동서의 지역갈등, 유·무산의 계층 반목이라는 부조리들에 포위됐다. 그러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 주로 소외된 비주류들의 지지를 모아 권력의 정상에 오른 그는 그 같은 부조리들을 극복하는 게 자신의 소명으로 알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최초의 남북한 정상회담 등을 통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이라는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권력의 정상에 오르고 노벨상을 받았어도 그의 시시포스 고행은 끝나지 않았다. 그의 대북 포용정책은 이 나라 주류인 보수 세력으로부터 북한 정권을 돕는 이적행위라는 반발에 부딪쳐야 했다. 특히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북한이 2차 핵실험까지 함으로써 그는 북에 핵개발 자금을 지원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또 이념의 스펙트럼 확대로 보·혁이 공존하길 바랐을 그의 뜻과는 달리 이념 갈등은 심화되기만 한다. 지역감정 역시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그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극복코자 했던 민족의 부조리

그는 숙명적으로 완성할 수 없는 일을 혁명을 통해 그 숙명을 깨고 완성하겠다는 꿈을 꿨던 시시포스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꿈을 다 이루기엔 이 시대의 부조리들이 너무 많고 컸으며, 더군다나 그 일을 다 이루기에 집권 5년은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 그이 만큼 신앙차원으로까지 추종했던 지지자들과, 적대적 감정을 가진 반대자들을 공유하고 있는 정치 지도자도 드물다. 그래서 그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그렇더라도 그가 적어도 이 땅에 민주화를 가져오는 데 크게 공헌하고 남북으로 찢긴 민족의 부조리를 극복하기 위해 한평생 가슴앓이를 했다는 점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또 자신이 못다 이룬 꿈에 대해 아쉬움을 갖는 것과는 달리 시대의 부조리들을 해소하는 데 그가 남긴 큰 발자취는 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유신이 막바지로 치닫던 30년 전 봄, 1979년 5월 어느 날 동교동 그의 자택에서 올챙이 기자로서 운 좋게 세계적인 민주투사를 독대하여 2시간 넘게 최고의 웅변을 들은 뒤 짧지 않은 세월을 그의 취재에 보냈다. 취재를 마치고 나면 "백 기자, 내가 매번 이렇게 기사를 제공하니까 백 기자가 나한테 사례해야 되는 것 아냐?"며 자그만 소리로 웃던 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백화종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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