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성기철] 대통령 지지도 높이려면 기사의 사진

미국의 저명 언론인 내이슨 밀러는 20세기 최악의 미국 대통령으로 지미 카터(1977∼81년 재임)를 지목했다. "(카터는) 지도자로서 명백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추종자들과 더불어 비전을 향해 나아간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높게 여겨지는 자신만의 목적을 설정해 두고 추종자들이 맹목적으로 따라오기만을 원하는 그런 지도자였다"('미국 최악의 대통령 10인' 내이슨 밀러 지음, 김형곤 옮김)

밀러에 따르면 카터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 지지도는 13%밖에 되지 않았으며, 이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쫓겨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보다 낮은 수치다. 카터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1980년 말 대선을 하루 앞두고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대통령으로서 외교정책에서는 B 혹은 C+, 국내문제에서는 C, 그리고 전체 지도력 면에서는 대략 B를 받을 만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지지도가 바닥이던 그는 영화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에게 큰 표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참으로 중요하다.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도는 필수적이다. 대통령 중임제인 미국의 경우 재선 고지를 점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같은 단임제 국가에서도 지지도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현대 정치에서 대통령 지지도는 국가 주요 정책을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지지도가 바닥을 헤맬 경우 정책 홍보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정책도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다. 식물정부가 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역대 정권은 대통령 지지도 추이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대통령은 비서실에 여론조사 전문가를 두고 민심을 꾸준히 살핀다. 정치 여론조사가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는 한결같이 '곤두박질' 치는 모습이었다. 취임 초기 60∼70%대를 구가하다 퇴임 무렵에는 10∼20%대로 비참하게 내려앉았다. 각기 외환위기, 부정부패, 독선적 국정운영이 이를 자초했으리라.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가. 취임 당시 지지도는 60%를 웃돈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얼마 안가 쇠고기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지지도는 20%대로 추락했다. 고위직 인사 파행도 악재로 작용했음은 불문가지. 정권적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임기 1년반을 보낸 요즘 청와대 비서진은 화색이 만면이다. 지지도가 30%를 회복해 4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도실용주의를 내걸고 서민행보를 하는 게 지지도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언제 또 추락할지 모르는 게 지지도다. 이 대통령이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하거나 더 높일 수 있는 방도는 딱 하나, 다수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책을 꾸준히 펴 나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누가 뭐래도 가진 자 편인 것으로 각인돼 있다. 이제 그 틀을 깨부숴야 한다. 가진 자들을 이유없이 내칠 필요까진 없겠지만 중산층·서민들과 애정을 갖고 어깨동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통합 노력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소통의 정치, 탕평인사가 필요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주의를 현 정부의 철학적 토대로 삼겠다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민생 5대지표를 제시한 것도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싶다.

성기철 편집부국장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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