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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김무정] 크리스천의 힘

[삶의 향기―김무정] 크리스천의 힘 기사의 사진

모기가 거만한 자세로 낮잠을 즐기는 사자의 코를 문 뒤 빠르게 도망쳤다. 사자는 잠에서 깨어나 으르렁거렸지만 모기를 찾을 수 없어 다시 잠을 청했다. 재미가 난 모기는 또 공격을 시도했고 사자는 분에 못 이겨 숲속이 떠나갈 듯 울부짖었지만 모기를 잡을 순 없었다. 모기는 힘센 사자를 이겼다는 승리감에 도취돼 마냥 흐뭇해하다 거미줄에 걸렸고 즉시 거미밥이 됐다.

이 이솝우화의 교훈은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뻐겨도 누군가 내 약점을 아는 '강적'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지혜롭게 조절하고 바르게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주 느끼게 된다.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저서 '파워'에서 인간의 힘을 3가지로 분류했다. 첫째가 칼을 상징하는 '물리적인 힘'이요, 둘째가 돈을 상징하는 '경제적인 힘'이며 마지막이 마음을 바꾸게 만드는 '설득의 힘'이라고 했다. 분류를 참 잘했다고 생각된다. 세상이 이 세 가지의 힘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힘'들은 가진 이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전혀 달라진다. 칼이 흉기도 되고 과도(果刀)도 되는 것처럼 우리가 가진 힘도 때론 유용하게, 때론 악하게 사용된다. 로비를 위한 검은 돈,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허영의 돈도 있지만 지구촌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돈도 있다. 교활한 설득이 인생을 파탄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단 한마디의 바른 조언이 인생을 행복하고 가치있는 삶으로 이끌어 준다.

여기에 우리가 가진 힘의 균형을 조절하고 강약을 맞추며 분별력과 지혜를 입혀주는 제3의 힘이 있다. 크리스천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영성(靈性)의 힘'이다. 이 힘은 앞의 세 가지 힘처럼 노력이나 기술, 연륜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이는 힘이 아니라 느껴지고 감지되는 힘이다. 이 힘은 채우지 않고 계속 비워내야 하고 나를 끊임없이 부인해야 얻어진다. 기도와 말씀묵상에 깊이 빠져야 쌓인다. 욕심 대신 나눔을, 시기 대신 사랑을 베풀어야 저축처럼 불어난다. 영성으로 무장된 이는 어떤 상황에도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누구도 무섭지 않은 진정한 '강적'이 된다. 칼과 돈과 설득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면 영성은 하늘나라를 움직이는 힘이다. 그래서 세상을 초월하고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는 것이 영성이다.

10여년 전으로 기억된다. 야근 중이던 밤 10시경에 편집국 안으로 30대 후반의 남자가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자신은 개척교회 전도사라고 소개했다. 의자 없이 바닥에서 예배를 드려 오다 드디어 '의자 살 예산'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일 성구사에 돈을 보내 봐 두었던 의자를 들일 예정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기아로 죽어 간다는 국민일보 기사를 읽었다고 한다. 내면 깊은 곳에서 "의자 살 돈으로 아이들을 먹이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애써 그 음성을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 순종치 않을 수 없었다고 울먹이듯 말했다.

그런데 내일이 되면 이 하나님의 명령을 지킬 자신이 없어 늦은 시간이지만 신문사로 달려왔노라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교회 이름도, 연락처도, 자신의 이름조차도 한사코 밝히길 거부했던 그 전도사는 꽤 두툼한 봉투를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고, 하나님의 명령을 곧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고, 자신은 철저히 뒤로 숨어버릴 수 있었던 그 전도사.나는 그의 뒷모습에서 풍겨 나오던 강한 영성의 힘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김무정 종교기획부장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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