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안순권] 경제 위기와 기업의 역할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세가 주요국 중 가장 빠르다는 것은 흐뭇한 소식이다. 빠른 회복세의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과감한 재정정책과 한국은행의 적극적 통화정책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다 고환율 효과로 대기업들이 수출시장에서 선전한 것이 한몫했다. 고환율 효과라니까 수출기업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장사를 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환율에서 유리하더라도 품질이 일본제품 수준에 근접하지 않고서는 세계시장에서 일본기업을 제치는 것은 쉽지 않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의 일부 대기업들의 경쟁력은 형편이 없었다. 영업실적이 열악하고 부채가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거의 없었다.

주요 기업들 善戰이 활력소

이번 위기에서는 우리 주력 기업들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도체·전자·자동차·해외건설 등에서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잇단 승전보를 전한 것은 국민들에게 희열을 느끼게 했다.

주력 기업들의 선전은 모든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로써 기업들은 외환위기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2분기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주력 기업들의 깜짝 실적 개선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경기회복세가 더딘 것은 미국의 GM 파산과 씨티은행의 위기, 일본의 도요타와 소니, 파나소닉 등의 고전에서 보듯 주력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한파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주력 기업들의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유럽·일본 기업들의 구조조정 돌입에 따른 반사이익과 환율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미국의 GM은 벌써 파산보호를 졸업하고 강력한 뉴GM으로 거듭났으며, 일본의 가전업체들은 한국 기업 타도를 벼르며 구조조정의 칼을 갈고 있다. 자칫 방심하면 더 강해진 미·일 기업들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 간 진짜 경영실적은 달러화 기준으로 따져보아야 하는데 환율효과를 빼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인 기업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정부의 재정지출과 세제혜택이 하반기에는 크게 줄어들어 내수도 안심할 수 없는 데다 원자재가격까지 오르는 악재가 등장하고 있다. 그나마 하반기에 선진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수출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 가계부채조정으로 수출회복이 매우 더딜 가능성이 높은 데다 내년에는 미국과 중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대내외적 여건을 헤쳐 나가려면 위기 후 강자가 되기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노력이 절실하다. 지금부터는 경쟁국에 비해 높은 임금체계 조정, 노사관계 선진화 등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적 차원의 시장 개척과 사업 발굴, 신제품 및 기술 개발이다. 세계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세계경제의 흐름변화를 읽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중투자를 하는 성장DNA가 다시 한번 필요한 때다. 앞으로 환율 하락에 대비해서라도 경영합리화와 품질경쟁력향상에 매진해야 한다.

'위기 뒤 强者되기' 전략 절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생존게임에서 이길 수 있도록 환율 모멘텀을 살리고 감세 및 재정확대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정치안정, 사회갈등해소 및 정책일관성유지 등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때 우리 경제는 위기 후 재도약할 수 있다.



◇안순권 연구위원이 새로 경제시평을 집필합니다.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논저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장과 대응 방안' 외

안순권(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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