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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칼럼] 기름값 올라도 주유소 보호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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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상권을 지키기 위한 상인들의 몸부림이 확산되고 있다. 슈퍼마켓을 운영해온 영세 상인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진출로 생계를 위협받게 되자 지역상권 보호를 위한 사업조정신청을 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을 호소했다. 중소기업청은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에 대한 사업조정 권한을 지난 5일 시·도지사에게 넘기고 지역별 사전조정협의회를 운영토록 했다. 시·도지사가 지역 실태와 여론을 감안해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 보라는 것이다.

SSM 진출을 막아 달라는 조정신청이 지역별로 급증하고 여론도 영세상인들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흐르자 레미콘과 주유소 서점 등 업종에서도 대자본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안경업과 이·미용업 자동차렌털업 등의 진입규제 개선 논의까지 주춤해졌다. 이익단체들이 규제완화 논의 자체를 거부해 토론회장을 점거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SSM 진출 확대로 유통구조가 개선되는 장점이 기대되는 반면 대기업이 골목 상권을 독식해 영세상인들의 생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는 게 사실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편익에 비해 부작용이나 피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역 실정을 감안해 SSM 진출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규제도 소비자 편익과 상인 보호,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신중하게 평가해 현저한 피해가 우려될 때에 한해 타당성을 얻는다. 하지만 SSM 논쟁이 불거진 이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영세상인들을 성원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다른 업종까지 경쟁을 제한하려는 '규제 끼워넣기'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지나친 시장진입 제한으로 지역의 유력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유착은 없어야”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국제유가가 급등해 국내 기름값을 자극하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 주유소 시장 진출을 권고했다. 넓은 주차장을 갖춘 대형마트들이 셀프 주유기를 설치해 부근 주유소들보다 싸게 기름을 판매하면 자연스럽게 경쟁이 이뤄져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이 주유소업에 진출했으나 인근 개별 주유소와 업종단체(한국주유소협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 주유소가 들어선 이후 판매가 너무 줄어 인근 주유소는 문을 닫을 지경이라는 주장이다. 주유소협회 지부들은 대형마트 주유소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 지역별로 사업조정신청을 낼 방침이다. 전주와 천안시 등 일부 자치단체들은 사업조정신청과는 별도로 주유소 등록 요건을 강화해 대형마트 진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주유소업은 오래 전부터 지역별 소수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시장분할과 가격담합도 쉽게 이뤄졌다. 시장진입 규제가 완화된 이후 시가지 외곽까지 주유소가 들어서 담합은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지역 유지들이 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실정에 주유소가 사업조정신청 업종에 포함돼 시장진입 규제가 강화되면 경쟁을 통한 소비자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기름값은 환율이 떨어지면 국제유가가 올랐다며,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환율을 핑계로 인상돼왔다. 하지만 환율이나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내려가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가격 구조 왜곡을 놓고 정유사는 정부(세제)와 주유소 업계에, 주유소는 정유사에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주유소 시장 진입을 다시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왜곡된 현재의 시장 구조를 고착시킬 위험이 크다. 안전을 위한 자치단체별 등록 요건 강화는 필요하겠으나 과도한 규제로 지역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조치가 아닌지 다시 검토할 여지가 있다.

SSM의 골목 시장 진출은 영세 상인 보호를 위해 자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주유소 등 몇몇 업종은 시장 진입 규제완화로 인해 기존 사업자가 입는 피해보다 소비자가 얻은 편익이 훨씬 크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사업조정신청에 대해서도 분명한 기준을 갖고 이해득실을 따져 선별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수석 논설위원 hrefmailto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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