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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장제국] 일본 민주당이 집권하면

[시론―장제국] 일본 민주당이 집권하면 기사의 사진

최근 발표되고 있는 일본의 여러 매체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결같이 오는 30일 실시될 예정인 총선에서 민주당이 300석 넘는 의석을 획득해 압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의원 총 480석 중 300석이라는 숫자는 절대안정 의석이라고 일컬어지는 269석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며칠 전 일본 총선거를 취재할 겸해서 민주당 소속의 한 중의원 의원을 만났다. 그는 대뜸 이번 총선은 국민들로 하여금 '부부 갈등'을 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부부'란 남편과 아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불만'과 '불안'의 첫 글자인 '不'를 딴 것이다.

즉 국민은 1955년 이후 장기 집권해 온 자민당에 대해 안정감은 느끼지만 '불만'이 가득하고, 민주당은 새롭고 신선하기는 하지만 정권을 담당한 경험이 없으니 뭔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불만'과 '불안' 사이를 오가며 선택의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지금 일본 사회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자민당엔 불만,민주당엔 불안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불안'을 염려해 의석수에서 확실히 밀어주자는 유권자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실제 집권하게 되면 일본의 대외 정책은 어떻게 변할까 하는 것이 이웃인 우리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주지하는 것처럼 민주당은 외교정책에 있어 의견이 매우 분분한 정당이다. 당내에는 자민당보다 더 우파적 성향의 정파로부터 구(舊)사회당계가 주축이 된 좌파적 파벌에 이르기까지 모두 8개의 계파가 존재한다. 실제로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 당내 인사들이 모여 대외 정책에 관한 의견 교환을 했는데, 너무나도 서로 간 주장이 달라 일단 집권을 하고 다시 논의하기로 결론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성향이 앞으로 어떻게 민주당 정부의 대외 정책으로 정리될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선거공약 등을 통해 몇 가지 공통된 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한·일 관계에서는 매우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반대하고, 일제 식민지 시대에 대한 반성을 강조한다. 식민지 시대에 한국인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를 '마음으로부터 계승'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또 '아시아 중시' 외교를 강조한다. 모두 우리에겐 매우 듣기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민주당은 아시아를 향해 '동아시아 공동체'를 제의하고 있다. 그간 일본이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리더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역사 문제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과거 문제만 청산하면 더 자유롭게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유엔 중심의 외교를 주창한다. 유엔 결의가 있다면 언제든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경제대국의 위상에 맞는 국제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 전략대화 활성화해야

사실 그간 일본은 역사 문제에 구속되어 아시아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과거를 청산한 일본은 아시아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려 할 것이고, 더 넓은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국제 공헌을 통해 '글로벌 일본'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민주당이 말하는 경제대국에 걸맞은 '보통국가'인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역사인식 문제, 독도 문제 등으로 우리를 자극해 왔던 자민당 정권은 우리에게 늘 '불만'의 존재였다. 그러나 민주당이 제시하고 있는 '일본위상론'은, 물론 실현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곡절이 예상된다 해도 앞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친한적인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고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기보다는 양국 간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해 이러한 '불안'이 다시 '불만'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장제국(동서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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