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오래전 기자가 옛 건설부를 출입할 때 건설업계의 최대 현안은 '분양가 자율화'였습니다. 당시는 정부가 표준건축비 등을 산정해 분양가를 사실상 정해줬죠. 건설부는 분양가를 자율화하면 고분양가로 집값 상승이 우려된다며 규제를 고집했고, 건설업계는 자율화해야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된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습니다. 늘 그렇듯 업계의 집요한 요구가 받아들여져 1999년 전면적인 자율화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결과는 어땠나요? 자율화 직전 평당 500만원 남짓하던 분양가는 계속 치솟아 6∼7년 만에 1500만원 선으로 3배가량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와 비교해 줄잡아 10배는 높은 상승률이죠. 건설업계의 주장과 완전히 거꾸로 간 겁니다. 결국 아파트값 폭등 논란 속에 지난 2007년 9월 다시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습니다.

지난 20일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주요 건설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찬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건설업계는 민간주택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분양가 상한제는 창의적이며 다양한 디자인을 가로막고 획일적인 건축물만 남발해 건설산업 발전과 도시경관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공공택지 내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상한제를 적용하고, 민간 주택은 전면 배제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때맞춰 최근 심각한 전세난과 관련해서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이 확대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도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요즘 집값이 심상찮기 때문에 정부가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민간기업 생산품에 대한 가격통제가 워낙 반시장적인 것인 데다 현 정부가 시장경제를 매우 중시하고 있는지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5공 때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며 OECD 가입과 수입자유화 정책을 입안한 고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은 생전에 "국경 간 이동이 불가능한 품목은 가격을 규제해야 한다"고 유난히 강조했다고 합니다. 작은 정부를 부르짖은 대표적 시장경제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불가능한 품목, 즉 집과 토지 등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jwb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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