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백홍열] 나로號의 도전 기사의 사진

지난 25일 일곱 번의 연기 끝에 온 국민의 환호성과 기대를 뒤에 업고 발사한 나로호가 찬란한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올랐다. 1단 발사→2단 점화→위성 분리까지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아쉽게도 과학기술위성 2호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는 못했다.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그동안 모든 것을 희생하며 나로호 발사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연구진들은 자책감과 죄송한 마음에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우주로 나아가는 길이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비록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번 발사를 통해 우리가 우주발사체의 제작·발사·통제 기술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또 로켓 발사부터 위성 분리까지 수만 개의 첨단 로켓 부품들이 99%이상 정상 작동하고 기본적인 로켓 성능과 기능에도 큰 이상이 없음이 입증됐다.

실패도 우주개발 과정이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이번 발사는 과학기술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 개발의 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기회였다. 우주로켓의 개발도 다른 모든 연구 개발과 마찬가지로 개발된 장비의 성능을 확인하고 기술적인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기술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종합 기술시험을 실시하여 필요한 시험 데이터를 획득한 것이다.

이 데이터는 앞으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나로호의 기술적 문제점을 발견 하고 로켓의 성능을 확인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또 이번 발사를 통해 발견된 제반 문제는 앞으로 나로호 2차 발사뿐 아니라, 2018년 우리나라가 1.5t급 실용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한국형 발사체를 독자 개발하는데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 사회가 연구 개발에서조차 단기적·가시적 성과에 집착하고 있는 점이다.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 일류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은 오로지 도전과 실패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과시하고 성공만 보장된 연구개발로는 절대 세계적 기술이 개발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이번 나로호 발사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과학기술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비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러시아의 과학기술 풍토가 부럽기까지 한 것이다.

이번 발사 준비 과정에서 러시아에서 수행한 종합엔진시험에 일부 데이터의 이상이 발견돼 발사를 연기한 적이 있다. 당시 연소 시험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고, 측정 오류가 실제 기술적으로 문제가 될 확률도 거의 없었지만, 러시아는 국가적 자존심이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기술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기술적인 문제는 기술적으로 푼다는 원칙을 지켜 오류가 확인될 때까지 발사를 연기한 것이다.

이런 고집과 원칙이 기술을 개발하는 올바른 태도다. 과학기술자들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기술 문제를 상식으로 이해하여 문제 삼고 비판하는 연구 환경에선 선진국을 따라갈 수는 없다.

조급증 접고 차분히 추진을

과학기술 문제는 과학기술자가, 과학기술적 방법으로 풀 수 있게 해야 한다. 나로호의 최종 발사 성공을 위해서는 칠전팔기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일곱 번씩 일곱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멀리 가려면, 또 높이 솟아오르려면 절대 조급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가 추진해온 항공우주개발 과정에 수많은 좌절이 있었지만 마지막엔 모두 성공하였다.

지금은 우리가 잠시 넘어져 있지만, 반드시 나로호 발사를 성공시키고 그 여세를 몰아 2018년 한국형 우주 발사체인 KSLV-Ⅱ 발사를 성공시킬 것이다. 이를 위하여 빠져선 안될 것 한 가지, 바로 국민의 절대적 지지다.

백홍열 한국항공우주硏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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