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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임한창] 빈대의 교훈

[삶의 향기―임한창] 빈대의 교훈 기사의 사진

최근 은퇴한 야구선수 송진우씨는 '프로야구의 역사'로 불린다. 통산 최다승, 최다이닝 투구, 최다 탈삼진 등 거의 모든 기록이 그의 왼팔을 통해 수립됐다. 21년 동안 정상의 투수로 활약한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변화였다. 그는 매년 새로운 구질을 개발해 기록에 도전했다.

그에게 영광의 기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홈런을 270번이나 얻어맞았다. 이것도 최다 기록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홈런 공장장'으로 부르지 않는다. 미국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통산 714개 홈런을 날렸다. 그런데 공을 배트에 맞히지도 못하고 삼진을 당한 횟수는 홈런 수의 두배에 이른다. 지금 그를 '삼진왕'으로 부르는 사람은 없다.

고통을 감내하며 영욕(榮辱)의 역사를 써내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항상 감동적이다. 인류 역사는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의해 쓰인다. 도전하는 사람들이 항상 기적을 만든다. 그리고 그 기적은 절망과 이웃하고 있다. 모세는 절망의 홍해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여호수아는 여리고성의 견고함 앞에서 주눅들지 않았다. 그 용기가 기적의 원동력이 되었다. 투박한 원석은 용광로를 거쳐 단단한 철강으로 변한다. 실패의 경험 없이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중한 것은 항상 땀과 눈물을 통해 얻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절망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다.

교회와 크리스천도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집사가 되면 평신도 때보다 더 온유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장로가 되면 집사 때보다 더 충성하고 겸손해야 한다. 직분을 받은 순간부터 목에 힘을 주는 분들 때문에 교회 직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신자들이 많다. 이제 교회도 치열한 생명력을 회복해야 한다. 한 영혼을 교회로 인도하기 위해 치열한 승부를 불사해야 한다. 교회가 야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대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의 '빈대의 교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회장을 세계적인 기업인으로 만든 것도 바로 이 교훈이었다.

정 회장이 인천 부두에서 하역부로 일할 때였다. 노동자들의 숙소에 빈대가 너무 많아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다. 한번은 빈대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높은 책상 위에서 잠을 잤다. 그런데 이것도 효력이 없었다. 책상 다리를 타고 올라온 빈대들이 새벽에 공격을 해왔다.

그는 묘안을 짜냈다. 책상의 네 다리를 물이 가득 담긴 대야에 담가놓았다. 이제 빈대가 책상다리를 타고 오르려면 물에 빠져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는 빈대의 공격에서 벗어나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 그런데 이튿날부터 빈대의 맹렬한 공격이 재개됐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잠에서 깨어나 불을 켜고 빈대들의 이동경로를 관찰하던 그는 깜짝 놀랐다. 빈대들이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향해 공중낙하를 시작했다. 소름이 오싹 끼치는 무서운 생명력이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빈대들이 생존을 위해 저토록 필사적인데…. 사람도 저 빈대처럼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출발이 좀 늦었다고 초조해할 필요도 없다. '이 나이에 무슨…' 이나 '내가 어떻게…' 등은 사단이 인간의 의지를 꺾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속삭임이다. 지금이 바로 새롭게 도전할 때다. 스스로를 변화시킬 기회다. 내가 변하면 환경도 변한다.

시련 없는 인생은 없다. 겉은 행복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상처로 얼룩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복음이 열쇠다. 복음은 저주의 사람을 찬송의 사람으로 만든다. 고난의 때일수록 희망의 노래가 필요하다.

임한창(종교국장) hc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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