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 대기자의 정치 외야석] 심대평과 나비효과 기사의 사진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이회창 총재와의 계속된 갈등 끝에 자유선진당을 탈당했다. 심 대표와 이 총재가 손잡고 지난해 2월1일 자유선진당을 창당한 지 1년7개월여 만이다. 굴곡진 한국 정치사에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은 늘 있는 일이다. 김대중(DJ) 전대통령의 동교동계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그리고 작지만 또 한 축을 이뤘던 김종필(JP) 전 총리의 청구동계 정치인들은 지난 50여년 현대 정치 흐름 속에서 때로는 원수처럼 헤어졌다 동지로 다시 만남을 반복했다. DJ는 고인이 됐지만 YS와 협력적 경쟁관계를 이루며 때로는 같은 야당으로, 때로는 여야 관계로 나눠져 경쟁을 했다. JP도 YS, DJ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3당 통합 때 자신을 정치권에 입문시킨 YS와 헤어지고 DJ에게로 갔다. 이처럼 한국 정치에서 이해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

이합집산 통한 정치권 변화 예고

단독으로 원내교섭단체조차 구성을 못하는 제3당, 자유선진당의 심대평-이회창 두사람의 결별 그 자체는 큰 뉴스가 아니다. 이 뉴스의 관전 포인트는 두 사람의 결별로 조성될 향후 정치 지형의 변화다. 오동잎 진다고 가을이 왔느냐며 이회창 총재의 말대로 '작은 소동' 즉, '찻잔 속의 태풍'으로 치부할 수 있으나 베이징에서의 나비 날갯짓이 때로는 뉴욕에 큰 허리케인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나비효과'가 발생하는 곳이 정치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 지역정당으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다. 자유선진당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반푼이' 정당이나 어떤 정치 세력과 짝짓기를 하느냐에 따라 정치판도를 바꿀 힘을 갖고 있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처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대파하는 경우에는 별 변수가 되지 않으나 김대중-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15대, 노무현-이회창 후보가 대결한 16대 대선처럼 30만∼50만표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가 결정되는 선거에서는 중원의 충청권 표가 늘 당락을 갈랐다. 한 예로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39만557표차로 이겼고 이 가운데 충청권에서 31만3137표를 앞섰다. 이 후보는 고향인 충청권에서 처절하게 패배한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이어지는 2012년의 18대 대선, 19대 총선의 향방이다. 자유선진당은 내년 6월에 대전, 충남, 충북의 광역자치단체장에 목을 매고 있다. 이 세 자리를 얻지 못할 경우 존립의 근거가 없어지고 당은 자연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심 대표의 탈당에 따른 대전·충청권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 관심거리다. 사람들은 심 대표를 '총리병'이 걸린 사람으로 비판하기도 하나 충청도 민심은 이 총재를 대권 욕심에 '충청도 인재'를 짓밟은 '대권병자'로 보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충청권의 실질적 대주주인 심 대표를 놓고 충청도 표를 겨냥한 영입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는 현재는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의 정치 성향으로 볼 때 종국에 한나라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포용과는 거리가 먼 '대쪽' 이 총재가 오갈 곳 없는 군소정당 총재로 대권을 향한 그의 마지막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유선진당의 승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 경우 정계는 한나라-민주의 양당구도로 재편되고 그 가운데 자유선진당은 헤쳐모여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다시 한 번 이합집산을 통해 정치 지형에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당 운명’ 지방선거서 갈릴 듯

국민들은 집권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무기력한 거대 여당 한나라당과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한 채 이념의 틀에 얽매여 강성으로만 나가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 때문에 어떻게든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일본 정치의 '바꿔 바람'이 내년 6월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어 3년 뒤에 치러지는 18대 대선, 19대 총선이 가까워 올수록 국민의 여망을 반영한 정치판의 재편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이다. 심대평 대표의 자유선진당 탈당이 지금은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 불과하나 정치적 역학관계와 지역적 특수성으로 그 결과는 향후 정치권에 허리케인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강렬 대기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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