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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손기웅] 녹색성장,상생 그리고 통일

[시론―손기웅] 녹색성장,상생 그리고 통일 기사의 사진

북한의 대남전략이 요동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든,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든 남북관계를 새롭게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지난 1년반 동안 추진되어 온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되겠다는 게 북한의 계산일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수순이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대북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우리는 이미 국가 대전략으로서 대북·통일 정책의 틀을 제안해 놓고 있다. '상생공영'과 '녹색성장'이다. 상생공영은 한국과 전 세계가 함께 잘 살자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민족의 반쪽이자 머리를 맞대고 사는 북한을 제외할 수 없다. 상생공영은 대북·통일 정책의 원칙인 것이다. 녹색성장은 상생공영의 실천 방향이다. 인간, 사회, 국가가 아무리 잘 살려고 해도 공기와 물이 깨끗하지 못하고, 인간을 위한 물질적 재부를 창출할 자연자원이 오염·파괴돼 버린다면 갈등과 분쟁이 빈발할 것이다. 녹색성장은 인간과 자연이 '동반 세계'로서 함께 잘 살아보자는 것이다.

남북이 함께하는 환경보호

'녹색성장 국가 전략 5개년 계획'을 통해 우리는 이 길에 북한도 동참할 것을 밝혀 놓았다. 군사분계선은 한반도를 두 동강 내고 있지만 자연환경엔 정치와 국경이 없다. 황사 문제, 해양 오염은 남북을 차별하지 않는다. 교토의정서를 피해갈 수 없고 북한도 이제는 검은 연기를 팍팍 뿜어내는 식의 성장이 곤란해졌다. 풍력, 태양력, 바이오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저탄소 기술 등 모든 분야가 남북 공통 관심사다. 남북이 에너지와 환경 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하며 녹색성장을 추진할 때 한반도에는 우리 민족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해진다. '한반도청정개발체제' 추진, 동·서해와 남북공유 하천은 물론 비무장지대의 평화·생태적 이용 등 남북이 함께 가야 할 길은 무궁무진하다.

상생공영과 녹색성장은 바로 민족의 먼 앞날을 바라보는 단·중·장기적인 대북·통일 정책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이를 구체적·주도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선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현 북한 체제가 우리의 협상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 이후의 북한 체제도 대비해야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한 김 위원장이 건재할 때 가능한 한 남북 간에 내실 있는 제도적 장치와 합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용적 회담으로 큰 합의를

상생공영의 새 남북관계를 모색하면서 그 중심에 녹색성장을 놓는 것이다.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 공동선언', 2007년의 '10·4 남북정상선언'을 원칙적으로 계승하되, 지난 정부 때 추진하다 이루지 못했거나 간과되었던 부분, 현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 이를 남북 간 기존 합의들 실천을 위한 협상과 이행 과정에서 관철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도 적극 고려돼야 한다. 현재 남북 사이에 놓인 문제 해결이나 새로운 남북관계 형성을 위해선 상호 간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의 어떠한 특사도 김 위원장을 대신할 수 없다. 정공법으로 남북 두 정상이 만나 현재의 오해와 불신을 극복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갈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떻게 보면 박정희 대통령식의 성장정책에 큰 관심을 가질 김 위원장과 거기에 커다란 노하우를 가진 이명박 대통령 사이에서 의외의 큰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비슷한 연배로 파죽의 60여년을 보낸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는 것이 그 외의 방법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실무적이고 실용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야 하며 그것이 현재 두 정상의 스타일에도 부합한다.

남북이 상생공영과 녹색성장에 입각해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잘 살아보자는데 의기투합한다면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해결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후세에게 더 큰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는 풍요로운 한반도를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나.

손기웅(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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