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초반부터 공전 중이다. 민주당의 강경 자세가 주요인이다. 민주당은 오는 10일부터 20일간으로 정해져 있는 국정감사 실시 시기를 10월 초로 미루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월28일의 재·보선을 목전에 두고 국감을 열어 대정부 공세를 강화해야 선거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거나,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변칙 처리에 대한 화풀이 성격이 짙다.



이뿐 아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및 행정구역 개편, 개헌 등 정치개혁 과제들을 논의하자는 한나라당에게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 없이는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그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할 때 갑자기 의석에서 일어나 '날치기 주범 김형오 사퇴'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다 집단 퇴장한 연장선상이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평화 등 소위 3대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3대 위기는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마지막 일기에서 주장한 내용들이다. 김 전 대통령 유지를 내세워 국회를 반정부 투쟁의 장(場)으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민주당 행태에 대해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선거현장을 둘러본 김효석 의원은 "일본 민주당이 압승한 것은 이념에 빠지지 않고 국민 피부에 와닿는 정책들을 내건 생활정치 전략 덕분"이라며 당의 변화를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진보성향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야당 의원 초청 강연에서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는 게 진보인 것처럼 이해되고 있다"며 야당이 정치적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김 의원과 최 교수의 이야기를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의, 정치개혁, 신종 플루 및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 세제 개편안 등 이번 정기국회 현안들은 많다. 이를 제쳐놓고 대정부 투쟁에 몰두한다면 민주당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조금 거칠지만 김형오 의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천박한 3류 정치투쟁가가 좌지우지하는 정당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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