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이근식] 新자유주의의 퇴장 기사의 사진

며칠 전 일본 총선에서 지난 54년간 정권을 주도해온 자민당을 누르고 민주당이 승리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작년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처럼 이는 위대한 선거혁명이다. 두 선거는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신자유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시 복지국가형의 개입주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한 세대 간 신자유주가 전 세계를 풍미할 때 자유방임의 시장경제가 인류의 유일한 답이며 이를 구현한 영미식 자본주의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1990년대 초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경제가 삽시간에 무너진 이후 이런 우상숭배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개입주의· 방임주의 교대해와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역사를 보면 안다. 자본주의가 서구에 등장한 이후 자본주의 경제정책은 개입주의와 자유방임주의를 반복해 왔다. 대략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는 강력한 개입주의였던 중상주의가, 19세기에는 자유방임주의가, 1929년 대공황 이후엔 다시 개입주의가, 그리고 1980년대 이후에는 자유방임주의가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정책 기조였다. 영국과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고정된 영미식 자본주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개입주의와 방임주의가 교대해 온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개입은 정부의 실패라는 문제를, 방임주의는 시장의 실패라는 구조적인 폐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 가지 정책이 장기간 지속되면 이런 폐해가 심화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되어 다른 정책 기조가 등장해 왔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자유방임 경제도, 정부주도 경제도 모두 불완전하다.

그간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무능, 부패와 비효율 같은 정부의 실패를 시정하고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살리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이후 누적돼 온 관치경제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정책 도입이 일정 부분 필요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책 하에서는 빈부격차와 빈곤층 확대, 불황과 실업 증대, 독과점화, 환경 파괴 같은 시장의 실패라는 시장경제의 구조적 폐해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장의 실패를 억제해 오던 정부의 경제 개입이 신자유주의 하에서 대폭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서민들의 고용이 악화되고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반면 복지제도는 크게 축소됐고 그 결과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빈곤층이 크게 늘었다. 또한 규제 완화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카지노판으로 변하면서 세계경제 전체가 극도로 불안정하게 되었다.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와 대불황은 그 결과다.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중산층이다. 과거 영국의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의 복지국가시대에 비대해진 정부와 노조에 대해 쌓였던 중산층의 불만 덕분이었고, 지난번 미국과 일본의 선거 결과는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인해 몰락한 중산층이 신자유주의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힘들지만 가야 할 길

앞으로 빈부격차와 금융시장의 투기화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주의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실패를 모두 잘 알기 때문에 앞으로의 개입주의는 시장의 실패만이 아니라 정부의 실패도 예방할 수 있는 장치들도 마련한 보다 합리적인 개입주의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현재 고전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복지국가형 개입주의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일본 민주당의 앞날도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사람들을 자기와 돈밖에 모르는 천민자본주의의 노예로 만들고 국민 대다수의 생활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신자유주의로부터 민심이 떠났으므로 신자유주의 시대는 막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중도실용을 구호로만 내걸지 말고 실제 정책으로 실천하면 좋겠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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