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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이승한] WCC와 한국교회

[삶의 향기―이승한] WCC와 한국교회 기사의 사진

스위스 제네바는 산과 호수와 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다. 레만 호수를 배경으로 알프스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는 녹색과 꽃의 향연을 이룬다. 알프스 거봉이 지붕처럼 이어지는 산중턱에는 형형색색의 집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간다.



제네바는 수많은 국제 기구가 있는 국제도시로도 유명하다. 유럽유엔본부,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 세계기상기구, 국제노동기구, 세계보건기구, 유엔무역개발회의, 유니세프, 유럽경제위원회, 국제적십자사 등이 있다.

제네바를 국제도시화한 것은 기독교다. 제네바는 프랑스의 종교개혁가 장 칼뱅이 종교개혁을 완성한 곳이다. 그는 이곳에 제네바 아카데미를 세우고 수많은 기독교 인재들을 길러냈다. 존 낙스를 비롯해 많은 기독교 지성들이 이곳에서 배출돼 유럽을 변화시키고 지금의 개신교를 태동시켰다.

그 전통 위에 있는 제네바에는 세계교회의 중심인 에큐메니컬센터가 있다. 이 센터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루터교세계연맹(LWF) 본부가 들어 있다. 유엔 창설의 모태가 된 WCC는 전 세계 110개국 349개 기독교회와 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원교회의 성도 수가 5억6000만명이나 된다. 러시아 정교회, 그리스 정교회를 비롯해 루터교 장로교 감리교가 회원 교회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가 회원교회다. WARC는 종교개혁 이후에 나타난 장로교의 연합체다. 107개국 215교단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LWF는 79개국 140개 교회가 가입되어 있다. 로마 가톨릭을 제외하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세워진 교회가 모두 에큐메니컬센터의 한 지붕 아래에서 한 가족으로 동거하고 있는 것이다.

에큐메니컬센터는 십자가를 상징하는 십자가 모형으로 지어졌다. 1층에 있는 중앙홀에 들어서면 4면의 시멘트 벽에 나무로 덧입힌 벽면이 눈길을 끈다. 그곳에는 '한 세례, 한 성령'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에베소서 4장 4∼5절 말씀을 인용한 것이다. 사도 바울은 주후 62년경 "몸이 하나이니 성령도 하나요…주도 하나이요 믿음도 하나이요 세례도 하나이요"라며 예수 그리스도가 세운 교회는 하나임을 기록하며 '일치에 힘쓰라'고 권면했다.

지난달 31일 이곳에서 2013년 열리는 WCC 10차 총회 개최지가 부산(BEXCO)으로 결정됐다. WCC 총회는 7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 기독교인의 축제다. 총회 기간에는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환경 여성 청년 빈곤 질병 인권 등 인류가 처한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학적 대안이 제시된다. 각 국의 기독교 지도자와 언론인 등 5000명 이상이 참여하기 때문에 정치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크다. 그동안 총회 유치를 위해 회원교단들 모두 힘썼지만 예장통합 김삼환 총회장이 재정과 시간을 아낌없이 보탠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남은 과제는 WCC 총회를 잘 치르는 것이다.

한국교회 내에는 과거 구 소련 체제 하의 러시아 정교회가 회원으로 있다고 해 WCC를 용공단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인류가 화해와 평화로 가는 새로운 시대다. 냉전시기에 착용했던 안경을 벗고 새 시대에 맞는 안경을 쓸 때가 됐다. 한국교회는 125년 선교 역사 가운데 처음 찾아온 기회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손님을 불러놓고 잔치를 벌이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을 일이다. '세례도 하나요, 성령도 하나'라고 한 사도 바울의 말씀처럼 한국교회가 모처럼 하나되는 역사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이승한 i미션라이프 부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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