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오경장 이후에 일기 시작한 언문일치 바람은 한문 문투를 우리말 문투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어려운 표현을 버리고 쉬운 표현으로 나아가자는 운동이었으니, 만인의 공감을 얻는 즉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지금도 완벽한 언문일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한문식 문투는 사라졌지만 생소한 한자어를 쓰는 고문식 문투는 살아 있다. 이는 구어투와 문어투 글을 가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문어투 글은 법조문이다. 녹비(綠肥), 입식(入植), 대불(代拂), 열석(列席) 등의 말이 사용된다. 신문에도 '회동'이니 '오찬'이니 하는, 일상 언어와 동떨어진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

순우리말에도 구어투와 문어투가 있다. 말이 곧 글이 되면 좋지만, 말 따로 글 따로인 용어가 적지 않다. 우리는 흔히 '맞어'라고 말하고, '맞아'라고 쓴다. 치루다-치르다, 굽신거리다-굽실거리다, 핼쓱하다-핼쑥하다, 뿌리채-뿌리째, 하구요-하고요 등도 각각 전자처럼 말하고 후자처럼 쓴다.

이런 말들은 언문일치를 기하기가 비교적 쉽다. 발음 습관을 표기법에 맞게 고치면 된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치뤘다'보다는 '치렀다'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점점 발음과 표기를 일치시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아무리 발음 습관을 고치려 해도 안 되는 게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라다'이다. '행복해지길 바라'가 맞는 표기라는데, 입에서는 '∼바래'가 튀어나온다. 더구나 '바라요'는 외계어 같기도 하다. 말하거나 쓰거나 모두 '바래요'라고 해야 제격이다.

한글맞춤법 규정이 1933년에 만들어졌으니 무려 8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오랜 기간 동안 끊임없이 '바래'를 몰아내려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바라'보다 '바래'를 더 친근하게 여기는 것 같다. 적어도 이 대목에서는 언문일치가 무색해진다. 그렇다면 현실언어에 맞게 말법을 바꿀 수는 없을까. 안 될 까닭이 없다. '하다'의 명령형이 '하'가 아닌 '해'인 것처럼 '바라다'도 불규칙 활용 동사로 규정해 '바래'를 인정하면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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