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성영 (20) 41세때 최연소·최다득표 장로 당선

[역경의 열매] 김성영 (20) 41세때 최연소·최다득표 장로 당선 기사의 사진

1986년 11월, 8절지 크기로 여수성시화 회보 창간호를 찍었다. 부수는 1만장. 그때 쓴 창간사의 주제는 '소망의 불씨를 키워가자'였다. 한 고교 소년의 장학금 10만원은 여수성시화 회보의 종자기금이 됐다. 회보는 매년 성탄절과 부활절에 두 차례 발행, 지금까지 53호를 찍었다.

호남정유 어머니 성경공부팀을 시작하고 4년 정도 흘렀을까. 김용애 집사님 가정에서 성경공부를 하던 날, 나는 그 '소년'을 만났다. 의젓한 청년의 모습인 그는 서울대 법대 재학중이었다. 그와 함께 온 다른 청년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중이었다. 이렇게 우수한 청년들 앞에서 무슨 말을 전해야 좋을지 갑자기 망설여졌다.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한 뒤 조용히 말했다.

"오늘 이 시간, 어머니들과 함께 새벽별 같은 두 청년이 하나님 앞에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육법전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켜야할 법이지만 성경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천국시민이 지켜야 할 법입니다. 청년들이여 육법전서안에 지식과 지혜의 근본, 사람의 본분을 가르쳐준 곳이 있던가요? 성경은 밝히 언급해주고 있습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과 지혜의 근본이요, 사람의 본분'이라고 말입니다."

그들의 눈빛은 빛났다.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재판은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의 판결'입니다. 지혜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납니다.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납니다(단 12:3). 이 말씀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그날 본 젊은이 중 한명은 현 손철우 서울고등법원 판사다. 김 집사님의 차남으로 여수성시화 회보를 발행할 수 있도록 장학금 10만원을 후원해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른 한명은 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이용주 검사다. 이들 외에 많은 분들이 기억난다. 함석헌 선생님의 외손녀딸인 호남에틸렌(대림) 어머니 성경공부팀의 임정은 집사님은 매주 목요일마다 약간 지쳐보이는 나의 모습이 안타까워 남편의 자동차로 나를 집에까지 데려다줬다. 그분의 헌신에 늘 고개를 숙였다. 또 이 모임의 젊은 어머니 그룹은 여천지역에 교회를 개척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남해화학의 은재희 이영숙 권사님은 열정과 헌신의 어머니였다. 나는 어머니 성경공부팀을 통해 감사가 무엇인지, 삶 속에서 실천하려고 더욱 애썼다.

내가 섬기는 여수제일교회는 7년마다 투표를 통해 장로와 안수집사, 권사를 뽑는다. 내 나이 서른 네살 때 교회 일꾼을 뽑았다. 투표 전날 밤 아내는 "당신 장로로 뽑히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다. 아내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말했다. "당신이 이번에 장로가 되는 건 시기적으로 안맞아요. 장로가 되면 몸과 마음, 물질을 바쳐 교회와 성도들을 섬겨야 하지만 지금 당신의 건강상태나 집안형편, 특히 나이가 젊어요. 우리교회는 전통이 있어 기라성 같은 선배 일꾼들이 많으니, 그분들에게 맡기고 마음을 비워요. 분명히 저는 내일 당신 안뽑아요."

재적의 3분의 2 득표를 얻어야 하는 장로 투표에서 나는 한표 차이로 떨어졌다. 아내의 표였다. 그리고 7년 뒤인 41세 때, 나는 당시 80년 역사와 2000명이 모이는 여수제일교회에서 최연소, 최다 득표로 장로에 당선됐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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