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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조원철] 임진강 ‘인공홍수’의 교훈

[시론―조원철] 임진강 ‘인공홍수’의 교훈 기사의 사진

지난 6일 새벽에 발생한 임진강의 '인공 홍수'로 인한 피해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하지만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 새로운 느낌이 들진 않는다. 다만 왜 일이 터지고 난 뒤에야 이렇게 법석을 떨어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커다란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눈감고 있는, 어쩌면 인지(認知)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먼저 이번 사태에 대한 북한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임진강 댐들의 수위가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다면 분명히 사전 징후가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예비방류 조치가 뒤따랐을 것이다. 다시 말해 여름 동안 내린 비로 인해 물을 흘려보내야 했다면 예비 방류가 있어야 하는데 임진강 수위 변화를 봤을 때 예비 방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계기관 책임 소재 규명을

또 지난주의 일기 상태도 재해를 유발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만큼 혹시 남북협상의 실마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이 이 같은 일을 벌였다면 더욱 정당치 못한 처사다.

북한의 사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측의 대응 또한 수준 이하로 볼 수밖에 없다. 총체적 부실이라는 언론의 지적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수위 관측시설과 경보시설을 담당하는 관할기관 담당자들의 근무 소홀이 밝혀졌다. 피해지역에서 훈련 중이었던 군 당국이 현지 주민들의 피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점도 따가운 지적을 받기에 마땅하다. 특히 작전지역의 하천 정보를 몰랐다는 변명은 더 큰 문제다. 직전지역의 정보도 모르고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홍수 정보를 관장하고 있는 국토해양부, 국민의 안전을 관리해야 하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 경찰청, 특히 피해지역인 연천군 상황실의 역할과 책임 소재도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사실 황강댐 문제는 지난해 7월에도 지적된 바 있다. 이번처럼 인위적인 홍수피해뿐만 아니라 임진강 수자원의 고갈을 비롯한 자원 불균형 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황강댐을 통해 물줄기가 서해쪽 예성강으로 방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진강의 유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임진강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파괴시킬 수 있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딱 한 차례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뒤 마지못해 작은 위원회가 생겼을 따름이다.

이번 사태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임진강과 북한강은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하천이다. 임진강의 황강댐과 4개의 4월5일댐을 비롯해 홍수조절기능을 갖춘 군남댐, 북한강 상류의 임남댐(금강산댐), 그리고 평화의 댐 등에 대한 관리 및 운영 전반에 걸쳐 남과 북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이들 댐 유역의 강수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유량을 공동으로 조절하며, 하천 생태계 합동조사를 통해 강도 살리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놓고 진지한 협상이 필요하다. 정부 당국은 그동안 소홀했던 양측의 교류를 반성하고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남북, 머리 맞대고 논의해야

이번 사태가 발생한 뒤 수위 관측시설과 경보시설을 실시간으로 작동하고 수위 정보를 복수의 기관이 공유키로 했다는 당국의 조치는 늦었지만 다행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가기반시설을 지키는 방재안전관리는 한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방재안전관리 책임자들은 항상 긴장감 속에서 상황을 보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전과 같은 자기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경우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여건과 풍토가 조성되도록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수적이다.

조원철(연세대 교수 방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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