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전쟁터의 개들 기사의 사진

오늘날 흔히 자유기고가나 비전속 직업인을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이는 프리랜서(freelancer)의 유래를 아시는지? 그렇다. 랜서가 창기병(槍騎兵)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중세 말 유럽에서 프리 컴퍼니, 혹은 프리 랜스라고 불린 용병집단이 그 기원이다.

용병은 때로 낭만적 모험가, '악당 영웅'쯤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애국심, 정의 등 대의가 아니라 오로지 돈과 물질적 보상 같은 사적 이익만을 위해 전장에 뛰어드는 탓이다. 그래서 첩보스릴러 소설의 대가 프레데릭 포사이스는 용병을 다룬 작품에 '전쟁터의 개들(Dogs of War)'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이제 개인 위주로 전투력을 파는 용병은 거의 사라졌다. 대신 전직 군인들을 중심으로 한 민간군사업체(PMC, Private Military Company)들이 성업 중이다. 미국의 블랙워터 월드와이드, 다인코프 인터내셔널 같은, 오직 영리를 목적으로 한 전쟁용역회사들.

전통적으로 군이 맡아 왔던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실전 참여를 포함한 수송 경계 등 전술적 군수지원. 둘째, 전투상황에 대한 전략적 자문과 군사훈련. 셋째, 비전투 군수보급과 정보 수집 등 군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 제공.

그런데 바로 이런 PMC 인력, 곧 용병의 수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정규군 병력 수를 넘어섰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3월말 현재 미 국방부와 계약한 PMC의 인력 규모는 6만8197명으로 전체 아프간 주둔 병력의 57%라고 보도했다. 미국 참전 역사상 최대 용병 비율이다.

“국내 병역자원 갈수록 줄어든다는데…한국판 PMC 출현 및 이용 가능성은?”

미국은 용병에게 전투는 맡기지 않는다지만 처음으로 용병이 정규군 병력보다 많이 전장에 투입됐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앞으로 전쟁의 양상이 용병 위주의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MC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우선 냉전 종식 후 미군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병참 및 보급 능력이 급속히 저하됐다. 또 PMC는 군이 필요로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언어, 디지털 기술 등 핵심적 분야의 숙련된 인력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전장에서 인명피해가 나더라도 정부가 정치적 곤경에 몰리지 않을 수 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눈에 띄지 않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NYT가 지적했듯 PMC 인력은 민간인 신분이어서 미군의 통제 밖에 있다. 이들이 이라크에서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각종 가혹행위나 민간인 사살사건도 미국 정부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비판은 과연 용병들에게 정규 군인과 같은 충성심과 희생심을 바랄 수 있겠느냐는 점과 미국이 추구하는 대의와 대외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겠느냐는 점.

일부에서는 미국의 용병 의존도 심화 경향을 놓고 용병에게 방위를 맡겼다가 결국 게르만족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게 망한 서로마제국에 빗대 '미제국의 멸망'이 보인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군사 안보관련 기능이 민간업체에 맡겨지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메리트가 크기 때문.

병역자원이 계속 줄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어쩌면 머지않아 '전쟁터의 개들'이 필요해질지 모른다. 국내 신문이 보도한 병무청과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역병 충원이 갈수록 줄어들어 2021년부터는 병력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에 더해 복무기간이 단축되는 탓이다. 북한의 핵무장 등으로 인해 가까운 장래의 안보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대체복무를 없애고 복무기간을 재조정하는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방위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방안의 하나로 비전투분야에서 PMC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물론 제도 정비 등을 통한 부작용 제거를 전제로.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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