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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정몽준,갈 길이 멀고 험하다


정몽준이 대권을 잡는 덴 핸디캡이 적잖다. 대한민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부(富)를 소유한 그가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명예와 권력까지 갖겠다는 건 낙타 바늘귀 비유를 떠올리게 한다. 부자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가 호의적이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지난해 "버스요금 70원" 발언에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소동도 그러한 정서의 표출이다. 2002년 대선 때 상당 기간 보여줬던 여론조사 최고의 지지율을 지키지 못하고 꿈을 접은 점도 그렇거니와, 노무현 지지 합의를 선거 하루 전에 철회한 점도 지도자로서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결과적으론 노무현과 결별한 것이 그의 정치 도정에 플러스가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핸디캡을 안고 뛰어야 한다

정운찬씨가 총리 후보로 지명되고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으면서 차기 대권 구도 관련 분석들이 쏟아지기에 대권 후보로서 정몽준의 유·불리점을 생각해봤다. 결론은 역시 그의 청와대 가는 길은 험난한 여정이겠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권력이라는 이명박계와 미래의 권력이라는 박근혜계의 양대 파벌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무림천하의 여권에서 단기필마격인 그가 얼마만큼이나 자신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지 잘 안 보인다. 2002년 대선 문전에서 2% 부족했던 승부근성과 결단력, 그리고 정치도 '최소 비용, 최대 효과'라는 경제논리에 따라서 하려는 태도 등도 대권가도엔 핸디캡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정 대표가 대권 경쟁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의 청와대행이 험난한 길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1992년 아버지 정주영 회장이 출마한 대선을 진두지휘하여 단시일 내에 유효투표의 16.1%인 388만표나 끌어낸 바 있으며, 앞서 언급한 대로 2002년 대선 땐 정당 도움없이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또 단기필마로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1년9개월 만에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만큼 저력과 폭발력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며, 지금의 여건이 2002년보다 좋아진 셈이다.

정 대표가 이러한 저력을 대권에 연결시키려면 먼저 선거를 좌우하는 감성의 정치를 익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직에서 제왕으로 군림하고, 자신이 돈 낼 일이 없어 지갑도 안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오해되는 재벌 총수의 일반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가 현대그룹의 총수 중 한 사람이라는 것도 대중에게 거리감을 주는 동시에 다른 재벌들의 경계심을 부를 수도 있다. 그래서 대권에 꿈이 있다면 부(富)는 포기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선 기업과 관계를 끊는 것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또 돈이 있대서 돈으로 정치를 하려 해서도 안 되지만, 꼭 해야 할 일에 돈을 아껴서도 안 된다.

올인 베팅할 각오 돼있어야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시대정신을 꿰뚫고 국가 민족의 장래 비전을 제시할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가를 경영할 만한 두뇌들을 모아야 한다. 지도자는 각 분야의 훌륭한 참모들을 거느릴 능력을 갖추면 되는 것이며, 대권 싸움은 결국 그럴 만한 사람 모으기 경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뜻을 세웠으면 올인 베팅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대권 경쟁이라는 게, 되면 좋고 안 되면 만다는 생각을 가지고 손을 떼도 크게 손해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베팅을 해가지곤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그런 자세로 대권 경쟁에 나설 경우 어느 줄에 서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정치판에서 자기 사람을 만들 수 없고, 따라서 세력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기자가 특정인의 대권 문제에 따따부따한 것은 기자적인 호기심이 발동한 탓도 있지만 지난번 칼럼에서도 밝혔듯 많은 대권 후보들이 나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정치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나라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다른 지도자들과 대권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가로놓인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그러면서 정치 발전에 기여하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백화종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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