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이흥우] 東海에 대하여 기사의 사진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에 '워싱턴포스트의 실수(Error in WP)'란 전면광고가 실렸다. 워싱턴포스트가 한국 관련기사를 쓰면서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며, 동해로 표기하는 게 맞다는 내용이었다. 가수 김장훈씨가 사비를 털어 낸 광고다. 마땅히 국가가 나서 해야 할 일까지 솔선하는 그의 선행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국제사회가 동해를 East Sea로 인정하고 있다면 이 같은 광고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 광고는 국제사회가 East Sea를 외면하고 있는 냉엄하고, 서글픈 현실에 대한 저항이다. 대다수 외국 지도는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다. 일부 지도가 병기(倂記)하고 있다곤 하나 그나마 일본해를 앞에 쓰고, 괄호 속에 동해를 조그만 글씨로 표기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동해로 단독 표기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를 동해, 서해, 남해로 부른다. 방위 개념의 보통명사다. 이 보통명사를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고유명사화하려 하기 때문에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힘들고, 동해 표기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거의 모든 외국지도는 서해를 황해(Yellow Sea), 남해를 동중국해(East China Sea) 일부로 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해와 남해를 'West Sea' 'South Sea'로 써야 한다는 주장은 들어본 적 없다.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도 없다.

유독 동해만은 예외다. 상대가 일본이어서 그럴 게다. 게다가 애국가 첫머리에 나오는 동해 대신 일본해로 표기한다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일본해를 받아들일 수 없듯, 일본으로서도 서쪽 바다(그들 입장에서는)를 동쪽 바다라고 부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 1000여㎞, 일본은 2200여㎞를 동해와 접하고 있다. 두 나라가 공유하는 바다를 서로 수용 불가능한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싸워 봤자 결국 평행선이다. 서해는 중국과 공유하고 있으나 동해와 달리 표기 분쟁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Yellow Sea가 서해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다 한·중 양국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이고 가치중립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동해 표기 문제도 이를 준용했으면 한다. 정부는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와 함께 1994년 발족시킨 유엔환경계획 지역해양환경 프로그램의 하나인 북서태평양실천계획이 동해 명칭 문제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동해와 일본해를 대신해 '청해(Blue Sea)'를 제의한 전례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평화의 바다' '우의의 바다' '화해의 바다'로 부르는게 어떠냐고 일본측 의사를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다.

정부는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지리적 실체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한 개의 이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각각의 이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유엔지명 표준 결의문(1977년 제정)에 따라 1992년부터 동해 이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한마디로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해 달라는 요청이다. 이 것이 받아들여져 병기된다 하더라도 일본해가 주(主), 동해가 종(從)이 될 것은 뻔하다. 한국민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정권이 이번 주 출범한다. 민주당은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겠다고 했다. 그 출발은 일본해를 고집하는 국수적 자세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흥우 국제부장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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