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 칼럼] 외려 ‘동서화합철도’를 기사의 사진

"동서 화합을 위해 새만금까지 연결을 검토하라."

포항∼대구∼무주∼전주에 이르는 고속도로 건설을 전제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이를 새만금까지 연장하라고 지시한 뒤 동서고속도로 건설이 힘을 받고 있다.

1992년 수립된 제3차 국토건설종합계획에서 '동서 7축'의 간선도로망으로 선정된 이 노선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비타당성 검토까지 의뢰한 것으로 보면 동서고속도로 건설은 거의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내년 2월께 예비타당성 조사가 완료되면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12년께 착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른바 '동서화합고속도로' 계획이 경제와 환경 측면 모두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철도와 비교해서 그렇다. 참고로 철도와 도로 모두 ㎞당 건설비가 200억원 내외로 비슷하다. 하지만 200㎞ 이상 장거리 수송에서는 철도가 도로보다 훨씬 경제적이다(2004년 철도시설공단, 한국교통연구원 분석).

더욱 중요한 것은 환경 요소에서 나타나는 확연한 격차다. 여행객 100만명 수송과 화물 100만t 수송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철도(28만t)는 도로(1900만t)의 30분의 1에 불과하고, 대기오염 물질에 따른 환경오염 비용 역시 철도가 도로의 2.5% 수준으로 나타났다(2002년, 한국환경·정책연구원).

“삭막하고 비경제적인 고속도로보다 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인 철도가 필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금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작년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각국으로 하여금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설정키로 하는 이른바 '발리 로드맵'을 채택했다.

2년간의 협상 끝에 올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4차 총회에서 결정돼 2013년부터 발효될 발리 로드맵에는 그동안 교토의정서를 거부해온 미국 캐나다 외에 중국 인도 등도 대상에 포함된다. 아울러 그동안 개발도상국 지위를 누려온 우리나라도 2차 감축 대상국으로, 고통스럽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해야 한다.

교통 부문은 모든 부문을 통틀어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 요인이다. 그런데도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형 교통체계인 철도 증설 없이 발리 로드맵을 준수하면서 책임 있는 지구촌의 일원이 되겠다고 주장한다면 모순 아닌가.

환경 측면의 문제는 또 있다. 총연장 10만㎞에 이르는 도로로 인해 발생하는 로드 킬(차량에 의한 야생동물들의 무고한 희생)은 이미 심각한 생태 문제다. 따라서 2020년까지 10만㎞ 도로 추가 건설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동서고속도로 계획은 이 시점에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동서고속도로보다 철도가 적격인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물류 측면에서 도로보다 우위라는 점이다. 한반도, 특히 남한의 경우 철도는 종축(縱軸) 위주로 건설돼 있다. 서해안은 물론 중부내륙 거점도시 간 철도 노선이 연결되지 않은 관계로 종횡(縱橫)간 다양화된 국토 공간구조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동·서해안에 산재한 항만·산업단지·화물터미널의 인입선 부족으로 효율적인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철도 화물 수송에서 심각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만큼 철도 증설도 부실하다. 지난 40년 동안 고속도로가 313㎞에서 3103㎞로 10배로 늘어난데 비해, 철도 총연장은 3022㎞에서 3392㎞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동서 화합이라는 정서적 측면에서도 고속도로보다는 철도가 훨씬 부합하는 교통수단이다. 장거리를 내왕하면서 누릴 수 있는 정감 있는 스킨십은 철로를 통해서만이 가능한 정서다. 도로 건설과 철도 건설 모두 토목공사다. 하지만 경제, 환경, 국토운용, 무엇보다 정서 측면에서 이처럼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난다.

윤재석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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