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남도영] 친서민행보의 출구전략 기사의 사진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 PI가 이토록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PI(President Identity)'란 최고경영자의 이미지를 뜻하는 마케팅 용어로, 여기서는 대통령의 이미지 관리를 의미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親)서민 중도실용 노선을 내세운 게 불과 3개월 전이다. 결과는 청와대 비서진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40%대에 안착하더니 50%까지 치솟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대통령이 지난 3개월 동안 엄청난 정책적 변화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의 판단기준이 '효율성'에서 '국민들의 시선'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문제가 떠오르자 보수파의 논리 대신 국민정서를 고려해 결정했고 현안이 밀렸지만 시장과 불우 시설을 꾸준히 방문했다. '강부자' 대신 '비판자'를 총리로 선택했다. 순간의 선택이었다. 사실 현재 추진 중인 'MB표 정책'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기획됐던 것들이다. 4대강, 교육개혁, 공공부문 개혁, 보금자리 주택 등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서민'이라는 용어로 각색되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대통령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느냐는 이처럼 중요하다.

효과적인 PI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있다. 우선 최고경영자의 차별적인 정체성이 구축돼야 한다.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어린 시절 가난과 고학생, 학생운동, 샐러리맨의 신화 같은 것들이다. 이 대통령의 DNA 속에는 '서민'이 충분히 녹아있었던 셈이다. 다만 이를 효과적인 PI를 통해 제대로 강조해낼 수 있느냐의 문제였을 뿐이다. 브랜드의 지속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 노선을 강조한 이후 모든 라디오·인터넷 연설과 수십차례의 회의, 민생탐방 등에서 끊임없이 서민을 강조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어쩌면 '친서민 발언 효과'는 여기까지일 수 있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는 국정운영 지지도를 기대감을 표시하는 척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겼다는 말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친서민행보에 "뭔가 좀 나아지겠지"라는 기대감을 보인 게, 최근 대통령 지지율 상승의 숨은 뜻이라는 것이다.

3개월간 성공적이었던 친서민행보가 더욱 효과적이려면, 실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실적없는 PI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의 실적은 결국 경제다. 경제 중에서도 '좋은 일자리'이다. 청와대 한 비서관은 "중도실용은 결국 '고용있는 성장'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중도라서 선택한 게 아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국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좋은 일자리는 요원해 보인다. 4대강살리기 사업이 공공근로와 같은 '아빠 일자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평생 직장 같은 '아들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녹색성장은 미래적 가치로 유효하지만, 역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대기업의 투자도 좋은 일자리보다는 설비투자만 늘릴 뿐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지 오래다.

이 대통령이 서민을 강조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서민이 혜택을 가장 늦게 본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남대문 시장을 찾아 "경제가 좀 더 좋아지기 시작해도 서민은 (어려움이) 1년은 더 간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서민들은 나아진 경제를 체감하려면 최소한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1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을지 모른다. 1년 뒤면 2010년 9월이다. 지방선거도 끝난 시점이고, 정치적으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차기 구도가 구체화되는 시기다. '서민'들이 그 이후까지 기다려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도실용노선을 선택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중요한 전환이었다. 이제 친서민 행보를 실적으로 연결시켜낼 수 있는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남도영 정치부 차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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