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연극적 성격과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연극의 3대 요소가 무대, 배우, 관객이라면 정치의 3대 요소는 무대 격인 국회와 정당, 배우인 정치인 그리고 관객인 유권자가 있다. 연극은 각본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배우가 흥행의 관건이다. 정치에서도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지만 정치인이 주인공이다. 다만 정치가 연극과 다른 것은 각본과 연습이 없다는 것이다. 실시간 라이브 공연이다. 설사 각본이 있더라도 각본대로 되지 않고 애드리브가 많다. 크고 작은 수많은 정치 무대들이 펼쳐지고 신인에서 중진·원로 정치인까지 정치 무대에 올라가지만 가장 큰 흥행은 5년마다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다.

연극과 비슷한 정치… 큰 무대는 대선

빅 무대인 17대 대통령 선거가 2007년 12월19일에 치러졌고 벌써 1년9개월이 지났다. 2012년 12월19일 차기 대선까지 3년3개월여가 남았지만 벌써부터 다음 대선 무대에 올라갈 주연급 정치인들의 준비가 한창이다. 막후에서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무대 아래 객석을 돌며 유권자인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분주하다. 아직 무대 뒤 준비가 썰렁하고 준비하는 주자들이 빈약한 야당에 비해 한나라당은 준비는 벌써부터 화려하다. 중량감 있는 배우(정치인)들이 많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재미를 더한다.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촉망받는 주연급 배우는 역시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은 3김 이후 가장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금은 강점이나 치명적 약점이 될 요소도 있다. 즉 대중 노출을 절제하는 전략에서 나오는 '신비감'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배하고 때로는 '탄압'받는 듯한 '약자' 이미지에 여성 후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향후 예비 무대는 물론 본선 무대 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런 이미지들이 벗겨질 때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그는 가장 인기 있는 선두 주자임에 틀림이 없다.

박희태 대표가 10·28 양산 재선거 출마를 위해 내놓은 대표직을 승계한 정몽준 의원도 유력한 주자로 나서고 있다. 대표를 승계받은 뒤 확실히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라는 빅 무대를 향한 그의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그에게는 많은 강점이 있으나 그에 못지않은 약점도 많다. 대표 취임 후 연일 서민 행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보통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재벌가의 아들', 그것도 현직 대통령에 이어 '현대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투영될지 궁금하다. 또한 과거 그가 만들었던 정당과 기업에서 그를 겪었던 많은 이들이 증언하는 그의 '제왕적' 성격과 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면도 큰 약점이다. 동시에 당내 양대 세력인 친이-친박 사이에서 지분이 없는 '고용대표'라는 점 등이 그가 갖고 있는 한계다.

이명박 대통령 2기 내각의 빅 카드인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도 벌써부터 본선 무대에 오를 주요 배우로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국회 인준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터져나오는 그의 교수 시절 불법·탈법 사실들이 그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그가 국회 청문회에서 야당이 터트리고 나올 위장전입과 탈세 등의 의혹들을 잘 방어한다면 큰 무대에 단숨에 오를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할 것이다. 그래서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청문회는 그의 정치적 운명뿐 아니라 차기 대선 무대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주요 계기가 될 것이다.

주연급 배우들 전초전 서서히 막올라

이명박 대통령 정권 창출의 최대 공로자로 현 정권의 대주주이면서도 은둔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18대 총선에 불출마한 뒤 지난해 7월 당 대표를 내놓고 야인으로 돌아가 은거하며 여의도 재입성을 꿈꾸는 강재섭 전 대표,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도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중량급 배우들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무대를 이야기한다는 게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이미 여당 내 막후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한창이다.

야당도 10월 재보선을 계기로 은둔하던 손학규, 김근태 전 대표 등 중진들이 현실 정치에 복귀하면 각본 없는 대선 빅 이벤트 연극 전초전은 더욱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강렬 대기자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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