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집념은 정말 대단합니다. 미국의 집값 하락이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아파트에 대한 믿음은 전혀 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한가 봅니다.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가격이 지난 5월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그러자 정부가 규제에 나섰죠. 담보인정비율(LTV)에 이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하면서 집값 상승세는 주춤해진 국면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만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경기회복세, 정확히 말해 성장률 회복세는 막대한 재정지출 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게다가 미국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뉴욕대 루비니 교수는 "미 경제는 은행이 1000개 이상 망하고 주택가격도 내년 12% 정도 더 떨어지며 서서히 죽어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두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주택시장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불패'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나타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정부 정책도 한몫 했겠죠. 참여정부 때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은 무력화됐고 다른 주택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됐습니다.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경기가 겨우 회복국면인데 이 정도니 본격적인 성장국면에 접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책으로 '공급확대'와 '금융규제'라는 두 가지 수단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여기에 매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한 가지, 즉 '조세정책'은 현재로서는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조세정책은 이미 '부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폭탄'이라고 규정지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수단만으로 집값을 잡으려면 강도가 매우 세야 하겠죠. 이미 재건축 규제완화에다 용적률 완화, 그린벨트 해제 등 총체적인 공급량 확대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집값이 안정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남는 것은 재앙입니다. 수도권 과밀화, 비대화 현상은 한층 심화될 것이고 거기에다 자칫 거품 붕괴가 발생한다면 사태는 정말로 심각해집니다.

핵심은 '불패신화'입니다. 이 신화가 깨지지 않는 한 주택시장 안정은 어렵습니다. 정부가 두 가지 수단 만으로 이 신화를 깰 수 있을지, 끝까지 조세수단을 외면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변재운 경제대기자 jwby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