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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배준호] 이젠 일본경제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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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 정권이 어제 발족했다. 54년 만의 본격적인 정권교체로 일본이 어떻게 바뀔지 안팎에서 관심이 크다. 경제로 국한하면 일본인들의 기대는 크지 않아 보인다. 이달 7일 NHK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신 다수는 연금과 의료, 장기요양 등 사회보장정책의 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에 마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지금의 일본은 실업률이 높고 빈부격차가 크다. ‘두터운 중산층으로 가장 공평한 국가중 하나’라는 일본상은 옛말이 됐다. 물가는 안정돼 있지만 디플레 위협에 직면해 있고 근로자들은 전년보다 줄어든 급여를 받고 있다.

공약 이행 재원 어디서 얻나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아 신규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투자자와 기업들은 국내보다 외국을 기웃거리고 있다. 일본이 가진 달러는 어느 나라보다 많지만 이 돈이 일본인의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일본경제는 1년 전까지만 해도 호황 국면이 5년여 지속되면서 많은 대학생들은 3학년 때 취업자리가 2∼3개 씩 내정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9월 금융위기로 일변해 어려운 국면에 빠졌다.

그래서인지 하토야마 총리는 선거기간 중 미국 주도의 절제없는 시장원리주의와 금융자본주의에 대항하겠다고 선언하였고 집권 후 경제정책을 세 방향에서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지출을 줄이고 정부 주도의 사회보장망을 강화하며 대기업 중심의 수출의존 대신 중소기업을 통한 내수의존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약이 이행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솔직히 이 자금을 어디서 마련할지 불투명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GDP의 2배에 달하는 정부채무가 민주당 정권에서 더 늘어나거나 자민당과 대기업이 주장해 온 소비세 증세 대신 대기업 대상의 법인세 강화를 예상한다.

아울러 공약 이행으로 일본경제가 침체에서 회복국면으로 반전할지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더 많다. 기업의 활성화를 염두에 둔 각종 규제완화와 경제개혁조치가 후퇴하고 분배강화를 위한 시장개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 비해 낮은 일본의 근로자와 기업의 생산성이 더 낮아질지 모른다.

민주당 정권의 경제정책 방향은 명백하다. 소비자들과 중소기업에 자금을 돌려주고 이들의 대응과 활약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앞에 나서 경제성장을 부추겨 일본의 영예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전략은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은퇴자들에 대한 1인당 월 7만엔의 최저보증연금과 15세 미만의 자녀를 지닌 부모에 대한 월 2만6000엔의 아동수당의 지급, 연간 12만엔 하는 고교 등록금 면제, 중소기업의 세금 감면(18%에서 11%로) 등이 모두 그러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 전환에 대해 일본 안팎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개발주도 정부를 필요로 하는 나라는 개도국뿐이다. 현명한 선택이다”라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영 이코노미스트, 9월3일자).

정부, 앞에서 성장 주도 안해

게다가 일본경제는 금년에 3∼6% 정도 마이너스 성장하여 1∼2년 내에 중국에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자리를 넘겨줄 전망이다. 이 충격은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1957년)로 충격받은 미국이 단합하여 달착륙에서 앞섰듯이 일본인들을 단합시키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정리하면 하토야마 정권의 경제정책 변화가 경제를 조기에 회생시키진 못하겠지만 보수적인 일본인과 기업에 충격을 주어 경제재생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는 실마리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많은 산업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의 변화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대처가 필요한 곳에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배준호(한신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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