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김명자] 녹색성장과 행복지수 기사의 사진

연녹색이 싱그럽던 지난 3월에 참석한 유엔환경계획(UNEP) 일본 환경성 회의에서는 한국의 녹색성장이 단연 화제의 초점이었다. 서울에 갔더니 온통 녹색 열기로 넘치더라 감탄했고 어떻게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 이니셔티브를 내어놓게 되었냐는 등 질문이 쏟아졌다.

세계경제포럼의 환경지속가능성 지수 평가에서 하위권을 맴도는 나라가 녹색성장 선도국가로 나섰으니 그럴 만도 하다. 모건 스탠리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환경적 스트레스가 가장 큰 나라이면서 문제해결 능력도 가장 큰 그룹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녹색성장의 지난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 갈는지 그린 레이스의 관전 포인트가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덴마크에서 큰 교훈 얻어야

녹색성장이란 용어는 개발시대의 회색성장에 대비하여 등장한 개념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그럴 듯하게 포장한다고 해서 실현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근본적으로 경제적 성과, 사회적 통합, 환경적 지속가능성이 하나로 통합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전혀 새로운 발전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고 사회적 지지기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정부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녹색성장의 한마당이 우리 국민에게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새로운 엔진의 가동으로 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 한마디로 녹색복지이고 그것이 녹색성장의 진정한 결실이라고 본다.

녹색은 지구의 진화에서도 중요했다. 녹색식물이 지구상에 번성하게 된 이후에야 대기 중에 산소가 풍부해졌고 인간의 눈은 녹색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게끔 진화되었다. 녹색의 스펙트럼은 가장 광역(廣域)이다. 만물의 소생을 알리는 봄의 색깔이 녹색이고 가장 비싼 보석에 드는 에메랄드가 녹색이다. 이슬람교에서 녹색이 불멸을 상징하듯 모든 종교와도 연관이 깊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행복지수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2008년 OECD 등에서 조사된 140개국의 행복지수를 보면, 덴마크가 일등이다. 미국은 10등 안에 들지 못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 한국의 순위는 178개국 가운데 103위였다. 삶의 만족도, 미래에 대한 기대, GDP, 실업률, 자부심, 희망, 사랑 등이 기준이다. 덴마크 다음으로는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이들 국가는 한결같이 경제, 환경, 복지의 3박자가 균형을 잡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념으로 분열되어 사사건건 대립하는 나라가 아니다.

덴마크는 풍력 기반의 에너지 완전 자립에다가 유럽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옛 교과서에도 나왔던 덴마크의 달가스(E.M.Dalgas)는 19세기 중반 토지개량과 조림으로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고 낙농산업을 일으켰다. 당시 패전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덴마크 국민에게 희망을 심었던 그의 선구적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덴마크는 19세기 이전까지 심하게 황폐화되었던 자연을 살리는 국가산림프로그램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회색성장 때의 사고 전환 절실

녹색은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기능에 놀라운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 최신 조사를 보면 녹지에 사는 사람들은 신체 활력이 3배가 높고 비만 확률이 40% 낮아진다. 녹색 환경은 콜레스테롤과 스트레스를 낮추며 어린이 성장을 촉진하고 가치관 형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조사에서도 1만명을 대상으로 녹색에의 노출을 10% 늘린 결과 다섯 살 젊어지는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녹색성장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녹색성장의 국정 비전이 제시된 이후 각 부처마다 기업마다 'go to green'의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부 결실이 가시화되는 한편으로 예상대로 거품빼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그린 레이스에서 기필코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회색성장 시대의 사고와 관행을 떨쳐내는 발상의 전환이 성공의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김명자(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前 환경부 장관, 17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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