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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김무정] 사막 위 목조주택

[삶의 향기-김무정] 사막 위 목조주택 기사의 사진

2년 전 국제구호단체(NGO) 일행과 27년째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 코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비행기를 3번이나 갈아타고 나이로비에 도착했지만 목적지인 코어 렌딜레 마을까지는 비포장이어서 자동차로는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12인승 전세비행기가 대기 중이었다. 아프리카내륙선교회(AIM) 소속의 이 비행기는 선교 목적으로 비행할 경우 기름값만 받아 이틀간 랜트요금이 1800달러에 불과했다. AIM은 2인승부터 24인승까지 비행기 13대를 갖고 응급상황 선교사 수송 및 긴급 구호물자 보급 등 '선교사 지원사역'을 펼치고 있었다.

깔끔한 파일럿 복장을 하고 나타난 40대 후반의 조종사 앤드류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항공선교사로 헌신하고 있고 이 일이 아주 즐겁고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조수석에 탄 일행을 부기장이라고 치켜세우며 조종간을 잡는 법도 가르쳐주고, 또 비행 중간에 기내식이라면서 음료수와 비스킷을 내놓기도 했다.

2시간의 비행 후 도착한 렌딜레 마을에서 일행이 찾아간 곳은 이곳에서만 28년째 사역 중인 린 스와노플 선교사의 집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놀란 것은 이 집이 전형적인 미국스타일의 멋진 목조주택이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오랜 가뭄으로 사막화된 곳에 이런 주택을 지을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서 집짓는 목수들로 구성된 선교단체가 오지 선교사들의 집을 지어줍니다. 자재비만 내면 목수들이 휴가를 내어 순차적으로 와서 땀을 흘리죠. 이 집도 그렇게 지었습니다."

린 선교사 집안 곳곳에서 여러 선교 후원단체들이 린 선교사 가족은 물론 가뭄으로 고통받는 렌딜레 마을을 지원한 흔적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한국은 해외선교사 파송 수 세계 2위로 선교 선진국으로 불린다. 한국 선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은 해외 여러 나라 크리스천들로부터 놀라움과 찬사를 받는다. 지구촌 구석구석 한국 선교사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AIM 비행기를 타고, 사막 가운데 세워진 훌륭한 목조주택을 보면서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것은 '보냄을 받은 자'는 많은데 '그들을 보살피고 챙겨주는 자'가 많지 않은 한국 선교의 현주소를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전투력을 확보하려면 최일선 병사에게 신속하게 탄약과 식량을 전달하고 때에 따라 위문단도 보내야 한다. 휴가도 주어 쉬게 해야 한다. 그런데 해외 선교 현장에서 만난 한국 선교사들은 낙하산으로 적지에 투입된 뒤 '승전보'만 보내라는 경우가 많았다. 사모가 우울증에 걸리고, 재정적 고통에, 안전 위협까지 더해져도 '사명감이 적은 선교사'가 될까 하소연도 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여럿 보았다. 그래서 한국선교사들은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 '각개전투 선교'에 능해야 한다. 여기에다 한국교회들은 '선택과 집중'이 아닌 조금씩 여러곳을 지원하는 것에 익숙해져 선교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료를 챙겨 보니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는 수십년 전부터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 이상으로 선교사를 돌보고 섬겨주는 전문단체가 많았다. 남미 아마존에서 13년간 선교사로 일하다 선교사 통합 돌봄기관인 '하트스트림'을 1992년 설립한 미국인 로이스 다즈 박사가 얼마전 한국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가 선교사들의 영적, 환경적 회복을 돕는 것은 그들이 사역을 잘 감당하는 것은 물론 어려움을 딛고 오랫동안 견디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은 선교사역을 포기하는 선교사가 생겨 다른 이로 대체되는 것보다 하나님 편에서 훨씬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선교사도 돌봄을 받아야 돌봄을 펼칠 수 있습니다."

김무정 종교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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