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만날까?" "일요일에 만나자."



우리가 흔히 주고받는 대화 내용이다. 이 중 뒷부분 답변은 더 간략히 할 수도 있다. '만나자'를 생략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그냥 "일요일"이라고 하면 된다. 다만 이렇게 말하면 무뚝뚝함이 드러난다. 둘째 '일요일에'라고 해도 된다. 하지만 이어지는 뒷말이 빠져서 허전하다. 그래서 흔히 쓰는 말이 "일요일날"이다.

그런데 '일요일날'은 조어 형태가 불안하다. '일날'이 한자어와 우리말의 중복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미가 같은 말이 겹친 것을 겹말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런 겹말을 피하려고 한다. 언어를 다루는 정부 기관에서도 '일요일날' 대신 '일요일'을 쓰라고 권한다. 그렇지만 위의 여러 표현이 주는 뉘앙스 차이를 고려하면 '일요일날'을 버리기가 아깝다.

일요일과 일요일날은 똑같은 말일까. "너 일요일 뭐 했어?"와 "너 일요일날 뭐 했어"를 보면 전자는 후자보다 문장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전자는 '너 일요일에 뭐 했어'가 제격이다. 조사 '에'가 필요하다. 그런데 "너 일요일날 뭐했어?"는 '에'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조금 다른 표현을 보자. "며칠날 갈까?" "20일날 와." 여기서 '며칠'과 '20일'은 각각 날짜를 말하니까 역시 뒤의 '날'과 의미가 겹친다. 그렇다고 '날'을 뺀 채 "며칠 갈까"라고 할 수는 없다. 또 조사를 넣어 "며칠에 갈까?"라고 해도 "며칠날 갈까"와 비교하면 의미 구성이 허술해 보인다. 즉 '일요일날'과 '며칠날'은 나름의 쓰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날'은 어떤 기능을 할까. 앞의 예문에서 '며칠날'은 '며칠인 날' 혹은 '며칠 되는 날'이라는 뜻을 지닌다. '20일날' 역시 '20일 되는 날'이란 뜻이다. 즉 이때의 '날'에는 '특정 어느 날'이란 뜻이 들어 있다. '날'의 기능이 따로 있으므로 이를 겹말로만 몰아갈 건 아니다. 단 "오늘은 일요일"을 "오늘은 일요일날"로 쓰면 겹말이 될 수 있다. 이때는 '날'의 기능이 약해서 존재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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