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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세종시,대통령이 결단하라

[백화종 칼럼] 세종시,대통령이 결단하라 기사의 사진

불길한 예감은 적중한다던가. 5년 전 노무현 정권이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세종시)'를 건설키로 하고 헌재의 합헌 판정까지 얻어냈을 때 기자는 이 난에서 "행복도시가 모래 위에 짓는 집"이 될지 모른다고 썼었다.



세종시 건설은 당초 수도를 이전한다는 노 정권의 계획이 헌재의 위헌 판정으로 무산되자 편법적인 대안으로 급조된 정책이었다.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청와대 국회, 대법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부 부처를 충청도에 건설할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당연히 국가 주요 기관의 분산이 국력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등의 큰 반발에 부닥쳤다. 기자는 그때 정권이 바뀔 경우 이처럼 큰 반발을 사고 있는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겠는지 물었다.

애초에 편법으로 입안된 정책

그러나 교체돼 들어선 이명박 정권은 예상과 달리 세종시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선 때 충청권 표를 의식해 "명품 도시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정운찬 총리 후보가 "경제학적으로 볼 때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뜨거운 감자를 집어 들었다. 목구멍까지 나오던 말을 삼키고 있던 정부·여당에겐 아픈 다리를 들어준 셈이 됐다. 또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에겐 정권 공격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셈이 됐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대통령이 한 약속은 더욱 그렇다. 나라를 경영하는 데는 지도자의 신뢰가 으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약속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을 때는? 상대방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한 뒤 약속을 바꾸는 게 옳다.

지방의 균형 발전,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 등 세종시 취지는 좋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는데 행정 부처들을 지방으로 찢어놓는다는 게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고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무슨 일이 생기면 장차관과 고위 공무원들이 일을 제쳐두고 청와대로, 국회로, 정당 당사로 뻔질나게 올라와야 할 판이다.

대부분의 부처들이 내려가길 원치 않는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인위적으로 행정수도 같은 걸 만들어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억지를 부려서 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세종시 사업비는 정부와 토지공사의 부담분만 22조5000억원이다. 민간 부담분까지를 합치면 5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사업비라는 게 고속철 건설에서 보듯 입안 때의 몇 배가 들어가기 일쑤다. 이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고도 소기의 성과를 못 거둔다면 세종시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모두 윈윈할 새 방안 찾아야

그러나 계획을 백지화할 경우 이 정권은 충청인들의 배신감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이미 5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계획을 원점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들이다.

정부, 충청인, 여야 등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나라에 보탬이 되고 국론 분열을 막을 방안이 나와야 한다. 그 하나로 정부 부처들 대신 대학과 학술연구기관들을 대거 이전시켜 세종시를 교육 학문 도시로 육성하는 건 어떨까 싶다. 청사 건설 등에 들어갈 예산을 이전 대학과 연구기관에 지원하고 다른 특전도 준다면 일류라는 대학들과 연구기관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자의 단편적인 생각일 뿐이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면 좋은 방안이 나올 것이다. 후회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이 대통령이 이제라도 세종시 계획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욕먹을 각오로 충청인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정 총리 후보는 소신을 굽히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충청권 표심을 의식하더라도 국가의 장래라는 것을 깊이 고민해줬으면 한다. 정부에 원안만을 압박하기보다 문제점을 보완하여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충청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국민에게는 집권 능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전무이사 大記者 hrefmailto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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