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야, 이렇게 속여 팔아도 되는거야."

지난 여름 휴가 때의 일이다. 강원도 속초 바닷가로 피서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인제에서 찐 옥수수 한 봉지를 샀다. 큰 길 옆에 허름한 천막을 치고 옥수수를 판 상인은 언제 삶았느냐는 질문에 "금방 삶은 거"라고 대답했다. "진짜예요?"라고 다시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비닐봉지에 싸인 데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그저 상인 말만 믿고 3000원을 건넸다. 그런데 봉지를 뜯어보니 그 옥수수는 금방 찐 게 아니었다. 알갱이는 물컹물컹 다 불어터져 씹기도 전에 녹아내렸다. 팔리지 않아 가마솥에서 다시 한번 삶은 옥수수임에 틀림없었다. 허기진 탓에 차를 몰고 오는 동안 꾸역꾸역 먹기는 했지만 고소하고 찰진 강원도 옥수수 맛을 사기당한 것 같아 씁쓸했다. 부아도 났다.

며칠 있으면 추석이다. 명절 때만 되면 특수를 노린 농·수·축산물의 사기판매가 더 기승을 부린다. 원산지를 속이는 건 예사다. 가짜도 판을 친다. 얼마 전 중국에서 밴댕이를 수입하려다 식중독균이 검출돼 세관에서 수입불허판정을 받자 말레이시아로 되돌린 뒤 겉포장만 바꿔 다시 구이용으로 들여오다 적발된 상인도 있었다. 이 상인은 횟감으로 세관통과가 어렵게되자 구이용으로 바꿔 수입한 뒤에는 횟감으로 파는 뻔뻔함을 보였다. 또 경남 통영에서 사용해선 안되는 항생제가 검출돼 시판 금지된 중국산 활어를 한 수산업자가 몰래 시중에 유통시키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교묘한 수법도 동원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정육점은 고객들이 보는 진열장에는 국내산을 펼쳐놓고 정작 팔 때에는 냉장고에서 수입산으로 바꿔치기 하는 능수능란한 사기수법을 보이다 단속반에 걸리기도 했다.

참말로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세상이다. 사기 판매가 근절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농·축산물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팔다 적발된 건수가 2007년 1724건에서 지난해 2054건으로 300건 이상 늘었다. 올들어서도 지난 8월 말까지 1926건이나 적발됐다. 수산물은 2007년 152건에서 2008년 209건으로 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산지 허위 및 미표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감시 기능이 높아지고 있으나 사기판매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올 추석에도 속임수 판매 단속을 위해 공무원 1000명 이상이 동원되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 14일부터 추석 전날인 10월2일까지 단속요원 1200여명을 동원해 농축산물에 대해 원산지 표시 일제 단속을 벌인다. 관세청은 일찌감치 지난 7월23일부터 민생침해사범 특별단속 100일 작전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엄청난 인력과 예산을 사기 판매 단속에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속임수 판매에 대한 죄의식이 부족한데다 나중에야 어찌되든 당장 돈부터 벌고 보자는 상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점원에서 조선 후기 최대의 거상(巨商)이 된 평안도 의주 상인 임상옥(1779∼1855)은 "장사는 이익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며 어렵게 모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았다. 추석을 앞두고 얄팍한 상술로 돈을 벌려는 상인들이여! 부자가 되고 싶다면 눈앞의 이익만 좇지 말고 신용을 장사의 제일로 꼽은 임상옥의 상도(商道)를 한번쯤 되새겨 보길 바란다. 올 추석에는 사기 판매에 속아 속상해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이용웅 생활과학부장 y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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