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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삼색참죽나무를 흔드는 바람

[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삼색참죽나무를 흔드는 바람 기사의 사진

삼색참죽나무라는 이름의 식물이 있다. 멀구슬나무과에 속하는 식물로, 참죽나무와 생김새가 닮았다. 잎 나기 전까지 눈길을 끌지 않던 나무이지만, 잎 나면서부터 펼치는 빛의 마술은 신비롭다.

삼색참죽나무 잎의 색깔은 한 해에 세 번 바뀐다. 봄볕 따사로워지면 나무는 환한 핑크빛의 잎을 내기 시작한다. 잎자루까지 붉은 기운이 선명하다. 파릇파릇 솟는 여느 나뭇잎의 색깔과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홍학이라고 부르는 플라밍고의 깃털 색과 같아서 '플라밍고'라는 품종 이름이 붙었다.

이건 삼색참죽나무의 마술의 시작에 불과하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무는 천천히 놀라운 마술을 펼친다. 첫 잎 나고 스무 날쯤 지나 초여름 볕이 따가워지면 잎은 서서히 붉은 기운을 떨구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다. 엄밀하게는 아이보리색이다. 핑크빛 잎사귀 안에 담겼으리라 짐작하기 어려운 빛깔이다. 생뚱맞다.

얼마쯤 시간이 흘러 여름 깊어지면, 잎은 언제 노란 빛이었느냐 싶게 시치미를 떼고 다른 나뭇잎들을 따라 평범한 초록색으로 바뀐다. 붉은색에서 노란색을 거쳐 초록으로 바뀌는 빛의 마술은 극적이다.

하나의 잎이 그렇게 세 가지 색으로 바뀐다 해서 삼색참죽나무라 한 것이다. 중국이 원산지인 이 나무는 천리포수목원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몇몇 식물원에서도 심어 키우고 있다. 그러나 색깔의 변화는 천리포 지역에서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얼마 전 천리포수목원을 찾아온 노(老) 시인이 붉은 잎 돋아난 이 나무를 집에서 키우고 싶어 하셨다. 묘목을 드리긴 했지만, 서울의 시인 댁에서는 천리포수목원에서 맞이했던 빨간 잎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만의 이름과 빛깔을 가진다. 그 특별한 이름과 빛깔을 지켜주는 건 하늘과 땅과 바람과 햇살이다. 낯선 하늘과 땅에서 나무들은 제 빛깔을 내지 못한다. 익숙한 바람과 햇살을 품고서야 나무들은 비로소 제 빛깔을 내게 마련이다.

나무들이 울긋불긋한 자기만의 빛깔로 드러낼 채비에 분주해 보이는 이 즈음이다. 우리의 하늘과 땅, 우리의 바람과 햇살을 품에 안고 자신만의 빛깔로 산천을 수놓을 우리의 모든 나무들을 더 소중하게 느껴야 할 때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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