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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칼럼] 정운찬의 세종시,이회창의 세종시

[김성기 칼럼] 정운찬의 세종시,이회창의 세종시 기사의 사진

“여야의 정략적 의도가 강하게 작용할수록 흔들림 없는 소신은 빛을 발한다”

어제까지 이틀간 열린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최대 쟁점은 예상대로 세종시였다. 정 후보자가 한 모자업체로부터 여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해 '스폰서 총장' 논란이 빚어졌지만 세종시 공방에 워낙 이목이 쏠려 다른 사안들은 대충 휩쓸려 갔다. 병역과 탈세 문제도 의혹 제기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다.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 구호가 난무하는 세종시 논쟁에 총리 후보자까지 섣불리 끼어들어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우려가 컸다. 그러나 경제학자 출신 정 후보자가 "(세종시 원안 추진은) 국가 전체로 봐서 행정적인 비효율이 있다. 필요하다면 당초 예산을 늘려서라도 자족기능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며 내세운 소신은 충청권 표심을 의식한 여야의 정략적 발상에 비해 훨씬 당당하게 들렸다. 정 후보자가 세종시 발언으로 인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를 받으면서도 굽히지 않는 모습이 부각된 청문회였다.

정 후보자 외에도 여야 정치인들이 최근 세종시 공방에 속속 뛰어들어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충청권 민심을 대변한다고 자처해온 자유선진당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라' 기치 아래 이회창 총재와 소속 의원들이 정 후보자를 겨냥한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권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립한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하라며 자유선진당에 뒤질세라 정 후보자를 맹비난했다. 충청 지역 출신 야당 의원들은 '매향노 정운찬 즉각 사퇴하라'며 국회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도지사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원안 추진'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원안 불가'를 주장하는 측과 끝장 토론을 벌이자고 했다. 반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세종시는 노무현 정권이 박아놓은 가장 큰 대못"이므로 빨리 뽑아내 국가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청권 야당 의원들이 '매향노' 운운하며 정 후보자를 비난한 것은 차라리 측은해 보인다. 만사 제쳐놓고 지역구부터 관리해야 하는 '동네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면 체신머리는 없게 보여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완구 지사가 원안 관철을 주장하며 목청을 높이는 것도 지역 정서를 결집시켜 중앙 정치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의 정략적 의도가 강하게 작용할수록 흔들림 없는 소신이 빛을 발하게 된다. 정 후보자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논쟁의 수혜자로 꼽힐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총리 인준을 무사히 통과한다 해도 세종시를 자족도시로 책임지고 추진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김문수 지사는 국가 경영을 위한 대안을 강조함으로써 본인 능력을 부각시키고 수도권 정서를 대변하는 실리를 챙겼다.

아쉬운 쪽은 자유선진당이다. 전국적인 지명도에 자신감을 갖고 대선에 세 번이나 출마했던 이회창 총재가 지역 민심을 겨냥해 세종시에 올인한 나머지 오히려 정당 기반이 위축될 처지에 놓였다. 지나치게 지역 민심을 자극한 논평이 다른 지역의 반감을 사는 것은 물론 지역 내에서도 역풍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세종시 공방전에서 여야 모두 민심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최근 한 일간신문 여론조사에서 민심은 그 어느 쪽도 확실하게 손들어주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시에 '원안대로 9부2처2청을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전 규모를 줄이거나 일부 산하 기관만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엇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세종시와 국가균형발전 전략 역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할 따름이다. 입증되지도 않은 정치적 구호를 놓고 사생결단을 내리겠다는 듯 공방에 몰입하는 행위는 국가적 낭비다. 더 이상의 쓸 데없는 정치적 논쟁은 접어두고 실증적 사례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수립, 세종시의 장래를 맡기는 게 훨씬 현명한 길이다.

수석논설위원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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