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긴' 구상은 접근방식에서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구상은 북핵 문제의 핵심인 폐기를 대합의로 전제하고 그에 앞서 단계별로 소합의를 이룬 뒤 그에 따라 북측에 보상을 해주다가 북측이 합의를 틀어버리면 다시 협상을 시작하곤 했던, 종래의 '살라미식 도돌이표' 협상방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런 만큼 대단히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의 북핵 협상은 북·미 양자회담이건 6자회담이건 모두 실패였다. 9·19 성명 같은 말의 성찬만 있었을 뿐 북한은 결국 핵무기를 개발해 두 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했고, 그러면서도 경제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거뒀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북핵협상이 계속되는 한 북한은 실질적 핵보유국 지위를 누리면서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은 지원대로 챙기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그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북핵협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이 요구되거니와 그랜드 바긴 구상은 그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야당 등 일부에서는 그랜드 바긴이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 또는 그보다 후퇴한 것이라며 폄훼한다. 이들의 주장은 두 구상의 공통 전제인 '선(先) 북핵 폐기'에 문제가 있으며, 남북관계를 북핵문제와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것으로 축약할 수 있다. 말하자면 우선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더라도 과거의 햇볕정책식 대북정책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실패에도 교훈을 얻지 못한 이 같은 주장에 정부는 절대 흔들려선 안 된다.

물론 그랜드 바긴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처음부터 최후의 패를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설령 북한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해도 그랜드 바긴의 구체적인 이행 및 검증 등을 놓고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를 위한 국제공조 구축 등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가치는 있다. 적어도 그랜드 바긴 구상을 계기로 종래 북핵 협상방식으로 되돌아가지만 않아도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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