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출간도 되기 전에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 국민이 지난해 경험한 촛불의 빛과 그림자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내달 초 출간될 책의 제목은 '주(柱)-나는 사실을 존중한다', 저자는 지난해 4월 PD수첩 '광우병 편'의 공동 번역자이면서 MBC 제작진의 사실 왜곡을 폭로한 정지민씨다.

책이 말하는 어두움은 광우병 파동과 관련한 방송사와 여론의 행태다. 미리 공개된 책 내용을 살펴보면 특정한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제작진의 부도덕과 조급증이 곳곳에 묻어난다. "다우너 동영상을 광우병에 연관시키기엔 무리"라고 지적했는데도 제작진은 "그렇게 하면 방송 못 만들어요"라며 왜곡을 강행했다고 한다. 따라서 PD수첩은 어떤 공익적 목적도, 결과도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빛을 발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중시하는 저자의 치열한 의식이다.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시도하는 왜곡과 과장을 한 전문가의 양심으로 지적한 것이다. 그는 제작진이나 광우병 전문가를 자처하는 집단을 향해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진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이 문제"라며 "게이트키핑의 실패가 빚은 불행한 보도"라고 공박했다. 사실에 기대는 저자의 집념은 저널리스트의 그것을 능가한다. 주객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는 통탄이 나올 만하다.

저자의 용기도 놀랍다. 일개 번역자의 자격으로,25세 미혼여성의 신분으로 거대한 방송 메커니즘과 싸웠고, 인터넷 공간을 장악한 좌파 네티즌들과 대결했으며, 유학마저 연기한 채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법정에서 성실하게 진술했다.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해 책으로 남겼다.

따라서 이 책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자 이 시대의 정직한 반성문이다. 한 사회를 흔들었던 사건의 뒤편에서 진실을 공개한 저자야말로 '깨어있는 시민'이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도 큰 반향을 갖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증거다. 정씨의 책은 역사의 보고서로 소중하게 자리매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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