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운 대기자의 세상보기] 우울한 직장인 기사의 사진

자영업자를 빼면 경제활동인구의 대다수는 공무원이나 회사원 등 직장인이다. 학업 마치고 입사하면 평생을 한두 곳 직장에서 일하다 은퇴한다. 깨어있는 시간의 더 많은 부분을 우리는 가정에서보다 직장에서 보낸다. 그야말로 직장은 삶의 8할이요, 온갖 희로애락이 스며 있는 곳이다. 결국 그 사람의 행복이 좌우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 우리 직장인들은 행복한가?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4.4%가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나온 49.9%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또 정규직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용안정성 만족도' 조사에서는 57.9%가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또한 지난해 조사의 53.2%보다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천덕꾸러기 대접 ‘反근로자 정서’

직장이란 것이 꼭 좋아서 나가는 곳은 아니지만 우리 직장인들이 이렇게 우울한 신세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직장인들이 우울한 것은 대한민국이 우울한 것이나 다름없다. 왜 우울할까. 구조조정 바람에 신분이 불안해진데다 그나마 살아남아도 온갖 퇴출 압박에 시달리니 그럴 만도 하다. 거기다가 비정규직은 점점 늘어난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틈만 나면 노동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노동 유연화는 직업안정성의 저하를 의미하고, 이는 직장인들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론 노동 유연화가 고용을 늘리고 실업률을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고용은 우울한 고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즉, 지도자는 빛이 나고 국민은 불안해진다.

요즘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직장인들을 너무 닦달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흡사 정부나 기업이 먹여살려 주는데도 제 역할은 다하지 못하면서 밥그릇만 욕심내는 천덕꾸러기 같은 대접이라고 할까. 예전에는 반기업 정서(정확히 말하면 반자본가 정서)가 문제였다면 요즘에는 거꾸로 반근로자 정서가 팽배한 느낌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는 근로자가 '비용'으로 간주된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인적 자원'이나 '동반자'가 아니라 생산에 투입되는 하나의 부품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미국 월가의 CEO들이 1000억원이 넘는 연봉을 챙기는 탐욕도 인간을 '비용'으로 보는 데서 비롯됐다. 내가 고수익상품을 팔아 회사에 그만큼 이득을 줬으니 이만큼 받는 건 당연하다는 식이다. 그렇게 따지면 재임기간 중 GDP를 수백조원 늘린 대통령에게는 최소한 수조원을 보너스로 줘야겠다.

회사가 어려워질수록 직원들을 '비용'으로 따지는 건 이해할 만하다. 또 직장인들이야 좀 더 좋은 조건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도 하지만 CEO는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다. 그런 CEO의 책임감과 심적 부담을 근로자들이 다 헤아리기는 힘들 듯도 싶다.

문제는 근로자를 보는 시각이다. 얼마전 모 방송사는 한 프로그램에서 파산위기의 회사를 구해 아시아 1위 재보험사로 성장시킨 '코리안리'의 박종원 사장에 대해 다뤘다. 직원 한명 한명과 식사를 하고 가족사항까지 꿰뚫고 있는 박 사장의 리더십이 회사를 성장시켰다는 내용이다. 박 사장에게 직원은 '비용'이 아니라 '경영의 동반자'인 것이다.

‘경영 동반자’ 인식 기 살려주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며칠 전 "국민들의 행복은 GDP 순이 아니다"며 GDP를 대체할 새로운 행복지수 개발에 프랑스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GDP 성장률로는 삶의 질과 정신적인 행복감을 평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는 하토야마 정부 출범 후 직업안정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노동정책을 변경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직업이 안정돼야 소비가 늘고 결과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직업이 불안하면 소비를 줄이는 건 당연하다.

효율화, 평가, 경쟁력, 구조조정, 통폐합…. 요즘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단어들이다. 다 필요하다. 어찌 부인할 것인가. 다만 인간을 지나치게 '비용'이라는 개념으로만 몰아붙이는 것 같아 직장인들은 숨이 막힌다.

대한민국의 행복을 위하여 직장인들의 기 좀 살려주자. 그들은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국민, 즉 각 가정의 아버지요 남편이다. 가장 훌륭한 대통령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대통령이다.

변재운 대기자 jwb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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