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대북 인도적 지원의 3대 원칙을 밝혔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 추진'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 지원' '지원 물자의 분배 투명성 강화' 등이다. 특별히 새롭지는 않고 일견 모두 타당해 보이지만 유념해야 할 것들은 있다.

현 장관 지적대로 북한 주민들의 건강이 만성적 경제난 등으로 인해 매우 취약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북 지원의 당위성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당장의 식량난과 관련해 급한 불부터 끄고봐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당위와는 다른 현실을 아예 무시해도 좋은가.

우선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원한다는 부분을 보자. 남측 관광객이 무고하게 북측에 의해 총격 살해됐을 뿐 아니라 북측이 그에 대해 사과하거나 재발 방지를 제도적으로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또 두 번째 핵실험으로 인해 전세계적 규모의 대북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데도 이와 무관하게 지원을 하는 게 옳은가. 물론 인도적 지원은 허용한다는 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들어있긴 하다. 그렇다고 관광객 피살, 남측 근로자 납치 억류 같은 정치적 상황에 아랑곳없이 대북 지원을 지속해야 하는가.

또 생각해야 할 것은 대북 지원이 오히려 북한 주민의 삶과 한반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생활고는 근본적으로 민생을 저버린 북한 정권의 선군정치, 특히 대량살상무기 집착에서 비롯됐다. 한 예로 북한이 올 들어 실시한 미사일(장거리 로켓 포함) 발사 비용만으로도 올해 모자라는 식량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지속적인 남측의 지원은 북한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고착화시킴으로써 북한 주민의 비참한 삶을 영속화하는 한편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런 만큼 당위적 필요에서 대북 지원을 꼭 해야 한다면 민생을 최우선시하도록 북한 정권을 설득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군인도 사람이니까 지원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돼도 괜찮다는 일부 민간 대북 지원 단체의 황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져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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