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유영옥] MB 정상외교의 성과는? 기사의 사진

취임 초 허둥대는 느낌을 주던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국정운영은 1년 반이 지난 지금 현저히 차분해졌다. 이러한 안정적인 내치를 바탕으로 현재 이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해 정상외교를 펼쳤다.

사실 그동안 정부의 외교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외교 분야에서 별 활약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정상외교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이 대통령은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전략을 제안하고 다음날 제6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그리고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을 국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등록부(registry) 설립을 제안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강제 협정을 선호하는 선진국과 이를 반대하는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모두 감안한 현실적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틈새외교’로 주도적 역할을

한국이 중간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이다. 주요 탄소배출국이자 각각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 2강'이라는 위치에 어울리지 않게 자국 산업의 이익을 위해 기후변화 대책 마련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틈새외교'를 통한 주도적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물 관리를 위한 국제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물은 미래 사회에서 국제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공급이 제한돼 있는 자원이다. 따라서 이 제안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제안들은 한국도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호주, 캐나다 등 중간급 국가들은 케언즈 그룹(Cairns Group)을 결성해 농산물 교역 자유화를 위한 국제 협상을 주도했다. 한국도 사안과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국제무대에서 존중받는 선도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번 정상외교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이를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대통령은 미 외교협회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핵 폐기와 대가(대북 경제지원 및 체제 안전보장)의 교환을 내용으로 하는 일괄타결 방식을 제안했다. '그랜드 바긴(Grand Bargain)'으로 소개된 이 제안은 과거의 점진적 접근방식이 효과가 없었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나 절대권력자가 통치하는 북한체제의 성격을 고려할 때, 또 단계적 보상 방식이 이미 두 번이나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괄타결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듯 다른 정상들과의 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수적임을 최대한 설득해야 한다.

피츠버그에서 개막된 제3차 G20 정상회의에서는 금융위기 출구전략이 논의될 예정이다. 비록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세계가 경제위기에서 효과적으로 벗어나려면 탈출전략에 관한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G20 회의 국가이익 반영해야

한국은 이 회의에서 1990년대 후반의 경제위기 탈출 경험을 다른 참석국들에 전수할 수 있다. 나아가 국제경제체제의 개편을 논의할 때 한국의 이익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의 일원이며 내년에는 의장국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먼저 금융위기를 벗어나고 있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회의를 주도할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런 만큼 내년 제4차 G20 정상회의 유치를 위한 대내외 지지 분위기 조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출범 초부터 창조적 실용외교를 표방해온 이 대통령이 이번 정상외교 성과를 어떻게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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