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격한 몸싸움과 폭언을 일삼아 국위를 훼손하고 있는 우리 국회가 또다시 오만한 행동으로 망신을 불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김태영 신임 국방부 장관의 대장 전역 및 합참의장 이임식이 예정돼 있던 바로 그 시각에 김 장관의 국회 출석을 강하게 요구해 전역·이임식이 엉망이 돼 버린 것이다. 전역·이임식은 주한 군사외교사절들과 주한미군 장성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김 장관이 국회에 나오지 않으면 국방예산 심의를 국정감사 이후로 미루겠다며 고집을 부려, 국방부는 할 수 없이 전역·이임식을 그제 오전 10시에서 오전 8시로 앞당겼다. 합참의장 이임식이 출근시간 전에 개최된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한다. 국방부는 부랴부랴 행사 전날 초청인사들에게 전화해 시간이 바뀌었다고 통보했지만 파행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외교적 결례도 빚어졌다. 김 장관은 이임식이 끝난 지 20분 만에 장관 취임식을 갖는 진기록도 남겼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국회가 억지를 부린 진짜 이유다.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이 내부 일정을 이유로 이따금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점에 마음이 상해 있던 예결위와 국방위가 신임 김 장관을 맞아 '군기'를 잡으려는 의도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국방위원들이 합참의장 이임식에 참석해온 관례를 깨고 이번 이임식에 불참한 것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국회의원들이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장난친 것과 다를 바 없다.

예결위원장과 국방위원장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도 놀랍다. 한나라당이 과연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맞는지 의문스럽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진상을 조사한 뒤 재발방지를 위해 이들에게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국회의 비합리적인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김 장관에게도 문제가 없지 않다. 국방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군 전체의 사기를 고려해 국회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게 옳다. 다른 부처 장관들도 국회에 끌려다니지만 말고, 할 말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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