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미 두 번째 시집 ‘이별의 재구성’… 유쾌한 언어의 유희 기사의 사진

"가끔 내가 쓰는 모든 시가 유서 같다가 그것들이 모두 연서임을 깨닫는 새벽이 도착한다 (중략) 모든 연서는 죽음과 함께 동봉되어오는 유서라고 외롬이라고 음악이라고"('불면의 뒤란' 일부)

첫 시집 '곰곰'(2006)에서 거침없는 상상력과 탄탄한 언어감각을 보여준 안현미(37·사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이별의 재구성'(창비)을 펴냈다. 안 시인은 이번에도 활달하고 유쾌한 언어유희라는 자신의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시인의 시선은 이별과 슬픔, 환멸스러운 현실을 향하지만 그것을 구현해내는 언어는 여전히 경쾌하고 감각적이다.

"이별을 이 별로 굽거나 이 별을 이별로 굽는 따위의 일은 우리 종족에겐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란 거지"('이 별의 재구성 혹은 이별의 재구성' 일부)

"한 번 태어났지만 돈이 없으면 두 번도 세 번도 죽어야 하는 세상/저녁을 훔친 자들만의 장밋빛 청사진/뉴타운천국//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두껍아 두껍아 내 집 주니 셋집 주네?"('뉴타운천국' 일부)

행간을 무시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등 기존 시문법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실험정신도 여전하다.

같은 사람이 썼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반된 어조의 시들이 한 시집에 등장하는 것도 익숙지 않은 경험. "내가 만약 옛사람이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중략)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라는 구절이 나오는 '와유(臥游)'라는 시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해바라기 축제'에서는 "뱀이 벗어던지고 달아난 허물 속에선 화가의 잘린 귀와 귀를 자른 칼이 튀어나온다 여자는 잘린 귀를 확성기처럼 들고 쉭- 태양의 목을 친다"처럼 공포스러운 여성상을 드러낸다.

시인 손택수는 발문에서 안현미의 시를 "늘 한쪽으로 조금 기우뚱해 있는 사선(/)을 닮았다"며 "현실의 비참을 환상적 기법을 통해 위무하는 것이 그녀의 시가 지닌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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