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옥외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일종의 사전검열 해당… 집시법 개정해야 기사의 사진

헌법재판소의 24일 판단은 집회의 허용 여부를 행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헌법의 기본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해가 진 후부터 해 뜨기 전에는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 집회를 열 수 있다는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야간 집회 전면금지는 집회의 자유 박탈=위헌 의견을 낸 이강국 소장 등 재판관 5명은 문제의 조항이 언론·출판 검열금지, 집회 허가금지 규정을 담은 헌법 21조 2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집회 허용 여부를 미리 판단하는 허가제는 일종의 검열에 해당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특히 헌재는 야간 옥외집회를 전면 금지할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면 이를 금지하는 조항은 집회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야간에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자제력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합헌 측 주장에 대해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옥외집회를 금지한 시간대를 일몰 후∼일출 전으로 막연하게 규정한 것 역시 지나친 제한 규정이라고 봤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일본 오스트리아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 프랑스도 오후 11시 이후에만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1994년에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이 재판관 8대 1로 합헌 결정이 났다. 헌재는 당시 "집회의 자유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필수불가결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야간집회를 허용하더라도 심야시간대까지 허용할 것인지, 장소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등에 대해서는 입법과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은 재심 청구 가능=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2010년 6월30일까지 법 효력은 계속된다고 결정했다. 즉 내년 상반기까지는 야간 옥외집회 금지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가 이 조항에 대해 '시한부 사망선고'를 한 상태에서 시위 참가자가 이 조항을 지키지 않더라도 실제로 처벌을 받을지는 불분명하다.

헌법재판소법 47조 2항은 형벌에 관한 조항이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날 경우 소급해서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야간 옥외집회 금지 위반으로 기소됐거나 처벌을 받은 사람은 재심 청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야간 옥외집회 재판 연기 가능성=대검찰청에 따르면 현재 검찰이 야간 옥외집회와 관련해 수사 중인 사건은 총 60건(207명), 법원으로 넘어가 재판 중인 사건은 298건(913명)이다. 이 중 순수하게 야간 옥외집회 금지규정만 적용돼 수사 중인 사건은 7건(8명)이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20건(35명)이다.

법원 측은 해당 사건을 놓고 어떤 판결을 내릴지에 대해선 재판부의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 일부에선 재판을 속행해 무죄 선고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집시법이 개정될 때까지 재판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훈 선정수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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