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죽은 후에 묻힐 공동묘지 10평조차 없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공동묘지에 누울 자리라면 두세 평 정도면 족할 테니 10평은 논리성이 떨어지는 표현이다. 이럴 땐 뚝 잘라서 '땅 한 평조차 없었다'라고 쓰는 게 좋다. 한데 요즘은 이 표현도 쓰기가 뭣하다. '땅 3.3㎡도 없었다'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수년 전 산업자원부는 미터법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평, 근, 돈 등의 계량 단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제 표준 규격을 따르자는 취지이다.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언론도 이를 잘 따르는 편이다. 다만 불편한 점이 좀 있다.

우리는 논밭 등 땅에 대해서는 50평, 100평 등 뭉텅이 단위로 인식해 계산한다. 이를 미터법으로 고치자면 3.3을 곱해 165㎡, 330㎡ 등으로 한다. 수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요즘은 '땅값이 평당 얼마'라고 할 것을 '땅값이 3.3㎡당 얼마'라고 표현한다. 또 '60평짜리 아파트'를 '198㎡짜리 아파트'라고 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문제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우리에게 미터 수치는 익숙하지만 제곱미터에 대한 관념도는 떨어진다. 100㎡가 대체 얼마만한 크기일까. 나아가 100, 200 등의 뭉텅이 단위에 익숙한 상태에서 이를 미터법으로 환산하여 165, 330 등 단단위 숫자까지 표시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또 한 가지는 미터법 단위를 우리말로 읽기가 껄끄럽다. 제곱미터, 세제곱미터, 세제곱킬로미터는 음절수가 너무 많다. 표기는 간단히 부호로 할 수 있지만 말로 풀어내자면 혀가 꼬이기 쉽다.

미터법 사용이 더 활성화되려면 정비되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수치 단위의 기준을 미터법에 맞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토지 가격은 3.3㎡가 아닌 3㎡당 얼마 식이다. 또 하나는 ㎡, ㎥ 등의 우리말 용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제곱미터가 제미, 세제곱미터가 세미로 줄어든다면 사용하기 훨씬 편할 것이다. 전통용어인 '평'을 아예 몰아내서도 안 된다. '땅 한 평도 없었다'는 꿋꿋이 살아남아야 할 관용표현이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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