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아버지가 62세 아들에게 묻는다. "너의 어머니는?" "아파서 못 왔습니다." 옛 아내를 위해 준비한 반지를 손자에게 건넨다. 다른 쪽에선 63세 딸이 83세 어머니를 보며 울먹인다. "아버지는?" "작년에 죽었어." 딸은 다시 묻는다. "내 생일이 언제야?" "오월 열이레!" 이들은 음식을 나누며 끝없이 이야기 꽃을 피웠다.

금강산에서 2년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눈물겨운 사연들이 쏟아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첫 상봉인데다 남북관계의 경색이 채 풀리지 않은 상황이지만 혈육 간의 만남은 늘 그랬듯 안타깝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해 낸다. 이번에는 국군포로 한 가족과 납북어선 동진호 선원 두 가족이 '특수이산가족'의 이름으로 만나 더욱 뜻깊었다.

행사를 통해 재삼 확인하는 것은 남북 이산가족 간의 만남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계속돼야 한다는 약속이다. 이를 위해 이념과 사상의 장벽을 뛰어넘는 인도적 행사로 성격을 굳히는 것이 중요하다. 남과 북 모두 일체의 정치적 판단을 배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측은 분단상황이 낳은 아픔을 놓고 자신들의 호의에 의한 것이니 상응하는 호의를 보여라는 식의 요구는 곤란하다. 다만 남측은 적십자 활동을 돕는 차원에서 쌀 지원을 고려할 만하다고 본다. 배분의 정당성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차제에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이산가족 12만명 중 4만명이 사망했다. 상봉의 기쁨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16차례 대면상봉과 7차례 화상상봉을 통해 남북이산가족 2만명 가량이 상봉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상봉 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거동불편자를 위해 화상상봉도 병행해야 한다. 상봉이 1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서신 왕래가 필요하다. 헤어진 가족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통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통일을 대하는 우리 민족에게 시험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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