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가결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야당이 반발한 탓이다.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하며 그제 열린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에 끝까지 반대했던 야당은 표결 자체를 보이콧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과 무소속 의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투표가 실시되는 파행이 빚어졌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의장석 주변에서 항의하기도 했다.

원인은 정 후보자 본인이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세종시에 대한 소신은 평가할 만하지만, 인사청문 과정에서 드러난 세금 탈루 및 병역 기피 의혹 등은 정 후보자가 자기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총리로서 부적합하다는 여론도 생겼다. 그 결함이 총리직을 수행하기 힘들 정도는 아닐지라도 정 후보자는 국민들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정 후보자가 이를 갚는 길은 총리로서 국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자이자, 진보적 학자라는 점에서 정 후보자에 대한 기대도 크다. 정 후보자가 언급한 대로 사심을 버리고, 당면한 위기를 미래를 위한 기회로 전환시켜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도약시키는 토대를 닦는 일에 매진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를 식물총리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의를 통해 정 후보자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총리직 수행에 어려움을 주겠다는 계산이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까지 염두에 둔 정치공세의 성격도 내포돼 있다. 한때 자신들이 대권후보로 거론했던 정 후보자를 사정없이 물고뜯으면서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이 안타깝다.

여권은 이번 파동을 계기로 향후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기 전에 도덕성을 더욱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9·3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를 통해 총리·장관 후보자 7명 가운데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6명에 대해 도덕성 시비가 일었다는 것은 문제다. 이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아 야심차게 추진 중인 친서민 정책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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