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窓―김영중] 천연물 新藥 개발 붐 기사의 사진

우리의 건국신화에는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던 곰이 마늘과 쑥만 먹으며 100일을 견디어 낸 후 인간 웅녀로 새롭게 태어나 단군을 잉태한 이야기가 나온다. 진실을 가리기에 앞서 마늘과 쑥을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귀중하게 생각하고 다루었는지를 이 신화로부터 가늠해 볼 수 있다. 진귀한 약재 대신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거의 매일 먹는 식품인 마늘과 쑥을 건국신화에 등장시킨 것을 보면서 특별한 것보다는 평범한 것에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조상의 소박한 가르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첨단 생명과학이 발달된 최근에야 이들의 약효가 과학적으로 규명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마늘을 10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하여 세계인들이 애용하게 된 것을 보면서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하여 이다지도 천연물에 대한 혜안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새삼 놀랄 따름이다.

쑥은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봄을 알리는 전령처럼 이른 봄이면 파랗게 돋아난다. 겨울을 지내고 입맛을 잃은 우리에게 향긋한 쑥 내음이 물씬 나는 한 대접의 쑥국은 나른한 몸의 피로를 회복시켜 줄 뿐만 아니라 봄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한다. 또한 봄철의 쑥 버무리, 쑥 개떡은 우리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와 같이 우리의 식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 쑥은 그 종류가 30여 가지나 되나,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식용이나 약재로 쓰이는 쑥과 약재로 주로 쓰이는 사철쑥, 그리고 뜸에 사용되는 참쑥을 들 수 있다. 한방에서는 쑥을 겨울이 지나도 죽지 않고 견디어 낸다는 뜻에서 인진호(茵蔯蒿)라고 부르거나 질병을 베는 잎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애엽(艾葉)이라는 약재명으로 통용되며, 수천년에 걸쳐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쑥은 해독작용, 수렴작용, 이담작용, 노화방지작용, 방충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쑥에는 플라보노이드 계열성분과 정유성분, 그리고 칼슘과 비타민 A, B, C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쑥은 우리에게 친숙한 약초이지만 우리 산야에서 지천으로 나기에 귀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을 갖기 어렵다. 이러한 쑥이 첨단 생명과학의 힘을 빌려 '천연물 신약'으로 새롭게 태어나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우리 국민은 몇 명이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내의 한 제약회사가 플라보노이계 성분인 유파틸린(eupatilin)을 약효성분으로 하는 쑥 추출물로 개발한 위염치료제가 2008년에만 매출액 747억원을 올리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문의약품 중 천연물신약으로서 매출 1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수입의약품을 포함한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체 전문의약품 중에서도 3위를 차지하는 액수이다. 또한 이 약은 해외 수출에도 성공하여 중국과 2000만 달러 규모 계약이 체결되었으며, 필리핀, 터키, 러시아 등과도 협의 단계에 있어 우리 제약업계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탁월한 효과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하여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이 전쟁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하여서는 수천년 동안 한약이나 민간약 형태로 질병치료에 사용하여 풍부한 임상경험이 축적되어 있어 우리의 소중한 무형 자산이 된 천연물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시킨 천연물신약의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쑥에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전문의약품이 개발되었듯이 또 다른 먹거리나 약초로부터 제2, 제3의 천연물신약이 개발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김영중 서울대 약대 교수 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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