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 대기자의 정치 외야석] 나는 ‘바담풍’하니 너는 ‘바람풍’해라 기사의 사진

지난 1994년 국회 취재 현장을 떠난 이후 15년 만에 정치담당 대기자로 지난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중앙기자석에서 후배 기자들과 정운찬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지켜보았다. 정 총리 임명동의안은 그의 도덕성을 문제 삼은 야당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무소속 의원들만 투표에 참여해 통과됐다. 국회 본회의장 기자석에서 인준안 표결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이 국회가 정 총리를 청문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법을 다반사로 위반하면서 정 총리의 위법성과 도덕성을 과연 따질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들은 이날 오후 1시간12분 동안 계속된 본회의에서 거듭 반복해 국회법을 위반했다.



국회의원, 국회법 위반 다반사

우선 시작부터 그랬다. 국회법 72조는 본회의 개의시간을 오후 2시로 못박고 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는 23분이나 넘겨 개의됐다. 각 교섭단체대표 간 협의가 있으면 개의시간 변경이 가능하나 이날 사전 협의는 없었다. 김형오 의장은 개의에 앞서 앞으로 의원들에게 국회법에 정해진 개의시간을 지켜 달라고 주문을 했다. 김 의장은 정 총리 임명 동의안을 상정한 후 "무기명 투표로 처리하는 인사에 관한 안건은 토론을 하지 않는 것이 국회 관례이나 각 교섭단체 간 협의가 있다고 하니 의사진행발언을 주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제헌국회 이후 인사안 등 무기명 투표의 경우 찬반토론을 하지 않는 것을 오랜 관례로 삼았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깼다.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얻은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의사진행과 전혀 관계없는 정 총리에 대한 의혹들을 다시 제기하며 인준불가를 주장했다. 강 의원은 국회법 102조를 위반한 것이다. 국회법 102조는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에 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의사진행발언의 경우 회의 진행에 관한 발언만 하도록 못박고 있다. 그럼에도 이후 권경석(한나라), 김창수(자유선진), 최재성(민주), 나성린(한나라), 이정희 의원(민노)들이 나서 역시 의사진행과 관계없는 정 총리 임명동의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목소리를 높여 대변했다.

의사진행 발언이 끝나고 김 의장이 표결개시를 선언하자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의석에서는 "의장, 발언기회줘요.""무시하는 거요""국회법에 그런게 어디 있어!" 등 반말조의 야유와 고함이 터져나왔다. 이어 유근찬 원내대표를 필두로 자유선진당 의원 소속 14명은 "한나라당 의원 여러분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마십시오"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의장석 앞에 도열했다. 자유선진당 김 모 의원은 의석에 그대로 앉아있던 자기당 소속 박선영, 이영애, 김용구 의원 등에게 다가가 소리를 지르며 피켓시위에 동참하라고 핏대를 높였다. 일부 의원은 그 기세에 눌려 앞으로 나왔다. 자유선진당의원들은 다른 의원들이 투표를 하는 동안 감표위원석을 점거하고 투표함 구멍을 손으로 막으며 투표를 방해했다.

여기서 국회법을 다시 보자. 국회법 147조는 "회의 중 함부로 발언 또는 소란한 행위를 하여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46조는 다른 사람을 모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148조는 "의원은 회의장 안에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또는 음식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회의장에는 신문도 갖고 들어가서도 안 된다. 이날 격하게 고성을 지르고, 다른 의원의 투표를 방해하고, 피켓 시위에 동참하도록 동료 의원을 폭언에 가깝게 몰아붙인 야당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명백히 국회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의원로서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한 비신사적 행위였다.

국회 후진적 모습 언제까지

지난 9일 미국 하원에서 열리고 있던 양원 합동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하는 도중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출신 조 윌슨 의원이 대통령에게 "거짓말이야"라고 소리쳤다. 미 하원은 윌슨 의원의 행위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규칙위원장은 발언예절을 구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하원 의사규칙은 매우 엄격하다. 회의 도중 고함은커녕 의장이 본회의에서 연설하거나 의제를 상정하는 경우 또는 동료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동안에 의석 사이를 걸어다니거나 퇴장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의원은 의장을 부를 때 반드시 "의장님"이라고 호칭해야 한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미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시오"라는 발언도 할 수 없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으로 치부하는 우리 국회의 후진적 모습이 언제나 고쳐지려는지…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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