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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칼럼] 평창이 3修 하겠다는데

[김성기 칼럼] 평창이 3修 하겠다는데 기사의 사진

"김진선 지사와 조양호 박용성 회장을 중심으로 유치위 진용을 꾸렸지만…"

88서울올림픽 유치 성공을 국내 스포츠계는 흔히 '바덴바덴의 기적'이라 부른다. 1981년 9월 서독 휴양도시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대회 개최지로 거의 굳어져가던 일본 나고야를 막판에 따돌리고 쟁취한 극적인 성공을 기리는 말이다. 서울올림픽 유치는 군사작전을 치르듯 은밀하고도 전격적으로 이뤄져 무용담 못지않게 뒷말이 많았다. 정주영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이 유치단에 합류해 엄청난 자금을 동원했다거나 유치단과 국제스포츠계 유력인사 사이에 밀거래가 있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집권 초기의 전두환 정권은 스포츠계와 재계를 앞세워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각오로 토목공사판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관(突貫)공사를 벌이듯 매달렸다. '국제 스포츠계의 마피아'로 불리던 몇몇 거물들이 국제회의를 좌우하던 당시에는 저돌적인 로비와 막후 거래가 통하는 분위기였다는 게 유치단 관계자들의 술회다. 지금도 이런 풍토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IOC가 몇 차례 스캔들을 겪으면서 윤리규정을 강화해 마피아들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두 차례 좌절을 겪은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평창은 2003년 체코 프라하 IOC 총회에서 다 잡은 것처럼 보였던 2010년 대회를 놓치고 4년 뒤 과테말라 총회에서 2014년 대회 유치에 다시 실패했다.

1차 투표에서는 평창이 두 번 모두 1위를 하고도 결선 투표에서 밀린 것은 IOC 위원들이 평창의 유치계획과 열의에 호감을 보이면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객관적 평가보다 친소관계나 이해에 따라 쏠린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경기장 시설을 준비하고 원활하게 운영하는 능력은 대회 유치를 위한 기본 조건이고 그 위에 IOC 위원 개개인을 설득해 표로 연결할 수 있는 스포츠 외교력과 명분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지난 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가 시카고 마드리드 도쿄 등 경쟁 도시들을 따돌리고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브라질은 '남미 최초의 올림픽'을 IOC 위원들에게 호소하면서 룰라 다 실바 대통령과 축구황제 펠레를 전면에 내세워 IOC 위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평창이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3수에 성공하려면 그동안 두 차례 실패의 요인을 철저히 분석, 미비점을 보완한 성공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아직은 허술하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3선 임기를 끝으로 내년이면 물러나는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공동유치위원장을 맡고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대외 교섭에 나서도록 진용을 구축했으나 콧대 높은 IOC 위원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김운용 이건희 박용성씨 등 IOC 위원 3명을 내세워 국제 스포츠계에서 발언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IOC 규정과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물러났거나 자격이 일시 정지된 상태. 문대성씨가 IOC에 합류했지만 선수위원 자격이라서 영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부산까지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준비에 나서 지나친 의욕이 오히려 IOC의 반발을 살 우려도 없지 않다.

만에 하나 강원도가 평창 지역을 중심으로 들어선 시설이 아까워 3수, 4수라도 불사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이라면 이번 도전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스포츠 외교 역량을 재점검해 국제 스포츠계에 먹혀들 수 있는 최선의 진용과 전략을 갖춰야 한다. 전·현직 IOC 위원들은 물론 그동안 각종 대회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친분을 쌓은 체육계 지도자와 실무진까지 함께 나서야 가능한 과제이다. 유치위원회는 이들이 주어진 임무를 충분히 수행하도록 역할을 조정하고 힘을 실어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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