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경황이 없습니다. 사전에 대비를 했으면 좋겠지만 사람은 갑자기 죽은 경우도 많고, 또 살아계신 부모님의 장례를 미리 준비하는 게 한편으로는 불효 같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장례는 허둥대며 치르는 게 보통입니다.

부산영락공원이 전국 최초로 장례서비스에 대한 KS 인증을 추진한다고 6일 밝혔습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8월 장례식장 서비스에 대해 KS 인증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이후 첫 결실입니다. 장례식장이 KS 인증을 신청하면 한국표준협회가 시설·운영·서비스 등 85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KS 마크를 부여하게 되는데 영락공원은 수의, 관, 상복 등 모든 장례용품을 이미 정찰가격으로 판매하는 등 제반 준비를 갖춰 무난히 인증을 받게 될 전망이랍니다.

장례는 생활입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자택에서 많이 치렀지만 요즘은 의식과 문화가 바뀌어 대부분 전문 장례식장이나 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은 관과 수의를 끼워파는 등 여러가지 불합리한 조건을 유족에게 강요합니다. 하지만 가시는 길에 가격을 흥정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장례식장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가기가 십상입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속으로 분을 삭일 수밖에 없죠. 장례식장들은 그 점을 이용해 비싼 돈을 받습니다.

장례용품은 왜 비쌀까요. 그것은 가격의 비탄력성 때문입니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해도 판매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 즉 시장의 원리가 작용하지 않는 일종의 시장실패(Market failure) 현상입니다. 통상 시장실패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유족의 다급한 상황과 우리 고유의 체면문화가 원인이겠죠.

자유시장경제 아래서도 시장실패가 나타나면 정부가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장례식장 KS 인증제가 그 해결책의 하나로 나온 것이지만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입니다. 영락공원의 경우 부산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장례식장입니다. 관영이 아닌 민영 장례식장들이 과연 KS 인증을 받으려고 할까요? 소비자, 즉 유족들이 인증업체를 골라 이용하는 등 경쟁을 유도해야 하는데 인증업체가 적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황이 없는 유족들이 인증업체를 찾아 먼 곳까지 가서 장례를 치를 수는 없을테니까요. 보다 더 적극적인 정부 개입이 있어야 합니다.

변재운 경제대기자 jwb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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